지난해 7월 오카야마의 참의원 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자민당을 꺾는 파란이 일었다. 오랜 자민당의 시대가 끝나고 민주당의 시대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얼마 안 가 유부녀인 히메이 의원의 대형 불륜 스캔들이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단지 ‘불륜 의혹’ 정도였다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대중지 <주간문춘>이 보도한 ‘호랑이 퇴치, 히메이 유미코와의 애욕의 6년’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는 상대 불륜남의 실명과 함께 두 사람의 사진이 공개되어 변명할 여지조차 없었다.
불륜 상대인 요코타 야스유키(42)의 고백에 따르면 두 사람의 불륜은 2001년부터 약 6년 동안 계속됐다. 히메이가 “(불륜 상대의) 아이를 갖고 싶다”거나 “당선되면 내 보디가드로 고용하겠다”라고 약속한 ‘두 사람만의 공약’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그 중에는 서로의 피를 술에 섞어 ‘러브샷’을 하는 쇼킹한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이나 드러난 증거들로 볼 때 두 사람이 오랫동안 불륜 관계에 있었던 것은 확실한 사실로 보인다.
이 스캔들로 여론의 비난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의원으로서 뭐가 거짓이고 사실인지 확실히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히메이 본인은 “코멘트를 할 가치도 없다”며 여전히 해명을 거부하며 전혀 반성이나 후회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엽기적인 사건 사고를 잇따라 터뜨리며 트러블 메이커로 비난 받고 있는 히메이 의원. 사진은 <주간문춘>에 공개된 히메이 의원과 그녀의 불륜 상대 사진. | ||
그녀의 대담함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동안 자숙하라는 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스캔들이 터진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국회의원들의 연극 무대에 출연했다. 이 연극에서 그녀는 “여기 오는 것을 금지당했지만 떳떳하지 못한 일은 전혀 없다”며 대본에도 없는 대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서전 <공주의 고백> 출간을 단행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자서전 출간 기념 사인회를 여는 등 개념 없는 행동을 보여 이름 그대로 “공주병 말기 환자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새해에는 당을 불문하고 의원 회관의 모든 사무실을 하나하나 돌며 새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히메이 의원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의원 회관에서 새해 인사를 다니는 국회의원을 본 적도 없거니와 전혀 면식도 없는 다른 당의 의원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계속되는 비상식적인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계뿐만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정주부들을 중심으로 발족된 ‘히메이 유미코의 사의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모임’은 이미 3만 2000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냈다. 이 서명과 함께 항의서를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에게 보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가의 퇴진 여부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다. 히메이 의원이 사직해야 하는지에 대해 당에서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그녀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민주당과 유권자들은 오히려 더 큰 사건이 터져 억지로 그만두도록 요구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