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서울의 한 애견 카페에 맡긴 반려견이 대형견에 물려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8월 28일 오전 9시쯤 촬영된 것으로 영상 속에서 대형견 허스키는 소형견 비숑을 물었고 그 후 비숑은 고통스러운 듯 네 발을 허공에 대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잡혔다. 영상을 올린 이는 피해 견주로 그는 “애견 카페에 맡긴 애견이 도살당했다. 사고 후 업체의 대응을 보며 분노했다”고 전했다. 그는 “애견 카페가 어떠한 보상이나 조치도 없이 버젓이 영업과 홍보를 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는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뭐든 할 말 있으면 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업체 주인과 가해 견주도 각각 입장을 표명했다. 업주는 “허스키도 호텔견이었고 주인분들도 오셔서 사과했지만 (피해 견주가) 무조건 허스키도 죽어야 한다고 했다”며 “처음부터 개값 안 받고 허스키를 죽이고 더불어 카페에 있는 개들도 몇 마리 죽이겠다고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견주가) 가게 문을 닫으면 불지를 테니 가게 문 열고 기다리라 하셔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 오후 8시에 망치 들고 오시더라”고 밝혔다.
지난 8월 28일 발생한 애견카페 반려견 사건. 대형견인 시베리안허스키가 소형견 비숑프리제를 무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가해 견주도 한 온라인 카페를 통해 “호텔 측 잘못과 반려견 교육을 소홀히 한 저희 잘못도 인정하고 반성한다. 저희는 아이(반려견)가 그렇게 되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려 했다”며 “그런데 망치를 가지고 온 남자가 개를 죽이겠다고 하고 집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녹음 파일도 있다”고 밝혔다. 피해 견주의 보복성 행동에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했다. 이 일로 실제 피해 견주는 업무방해 및 협박 혐의로 지난 8월 29일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9월 25일 <일요신문> 취재 결과 업체는 사고 이후에도 계속 영업 중이었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듯 일부 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규칙을 바꿨다. 애견카페, 호텔(맡아주기), 유치원, 미용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 업체는 현재 애견카페는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사고 이후로 애견 카페는 하지 않고 호텔, 유치원 등은 그동안 정기적으로 맡기던 고객들이 있어 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며 “다른 고객들에 한해서도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사전에 사고가 있었다고 고지하고 의사가 있을 경우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에 따르면 맡겨진 개들은 낮에는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고 밤에는 각자의 잠자리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 또 관리하는 인원은 미용사를 포함해 4~5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CCTV를 통해 견주들이 업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올려 볼 수 있게 한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호텔 서비스에 소형견만 받아 왔는데 대형견은 사고 났을 때 처음 받은 것”이라며 “사건 있고 난 뒤부터는 대형견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업체의 관리부실로 반려견 사망 뒤 피해 견주가 화를 못 이겨 위협을 가하다 입건까지 된 상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업주의 관리 부실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애견호텔 관계자는 “일단 대형견과 소형견을 모두 한 곳에 풀어 두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반려견이 어떤 성향인지 1차적으로 견주가 정보를 주겠지만 관리하는 사람도 반려견에 대한 정확한 성향 파악이 중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 전) 그걸 알지 못했다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이번에 사고난 가게의 경우 애견카페, 호텔링, 미용 등 많은 서비스를 한 곳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될 수 있으면 한 서비스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곳에서 어떤 강아지가 오고 가는지 파악이 돼야 하는데 감당할 수 없는 개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분명 사고가 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터진 이번 사고로 연휴 기간 동안 애견호텔 등 위탁업체를 이용하려 한 애견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애견인 손 아무개 씨(34)는 “추석 때 맡기기로 한 애견호텔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접하고 수차례 더 전화해 CCTV는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지, 맡기는 날짜에 대형견이나 다른 종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며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터진 이번 사고로 연휴 기간 동안 애견호텔 등 위탁업체를 이용하려 한 애견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애견호텔, 애견카페 등 반려견 위탁업소는 전국적으로 8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 위탁업소는 애견카페를 겸하며 위탁을 맡아주는 호텔링을 운영하는 곳이나 아예 위탁만 전문으로 하는 애견호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병원과 연계해 호텔링을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최근에는 가정에서 직접 개나 고양이를 돌봐주는 ‘펫시터’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료는 강아지 무게에 따라 다르다”며 “일반적으로 1박당 적게는 2만 원대에서 1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려견 위탁사업이 갈수록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피해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모두 142건이었다. 이 가운데 상해가 80건(56.3%)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 불만 35건(24.7%), 가격 불만 5건(3.5%), 반려동물 분실 4건(2.8%) 등이 뒤를 이었다. 상해 유형으로는 ‘신체부위 절단 및 상처’가 49건(61.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질병 17건(21.3%), 폐사 사고 8건(10.0%), 탈골·골절 6건(7.4%) 순이었다.
이에 대해 반려견 위탁 업체가 관리에 대한 경각심, 관련 법률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영기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국장은 “위탁업체 관리와 관련된 법령은 현재 없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소형견과 대형견의 분리조치를 명확히 하고 관리자 수를 늘리려는 자정적인 노력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애견호텔, 병원도 있지만 펫시터란 문화도 있다. 애견호텔처럼 낯설고 좁은 곳보다는 원래 지내던 곳에서 지낼 수 있게 펫시터 문화를 활발히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학대 및 유기행위 처벌기준을 상향하고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및 소유자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을 지난 3월 공포했다. 이는 내년 3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영업등록 없이 사업장을 낼 수 있었던 애견호텔의 경우 등록제로 운행되며 농식품부령으로 규정한 시설·인력 기준과 준수사항 등을 준수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