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니혼햄 파이터즈에 입단한 나카타 쇼. 큰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나카타의 ‘푼수끼’가 되레 그만의 매력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 ||
올해 일본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의 화제인물이라고 하면 단연 나카타 쇼를 꼽을 수 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먼저 비범한 타격 감각에 있다. 고교 시절 통산 87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세운 ‘고졸 신인의 시즌 최다 홈런 31개’의 기록을 뛰어넘을 유일한 재목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코믹한 캐릭터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묻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여자 친구가 있다”고 폭탄선언을 하거나 “용돈은 한달에 30만 엔(약 260만 원)을 받는데 모자른다” “고릴라를 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다”는 등의 ‘무개념 발언’으로 연일 스포츠지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훈련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이 선수가 차세대 기요하라 가즈히로나 마쓰이 히데키가 될 재목인가”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오키나와 나고 구장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나카타는 준비운동이 시작된 지 15분 만에 완전히 지친 기색을 보이더니 주루 연습과 수비 연습을 할 때에는 “토할 것 같다”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준비운동이 끝난 후에는 “뛰는 것이나 체력에는 자신이 없다. 연습 중에 이렇게 나가떨어진 것은 나 하나뿐인 것 같다. 선배들은 땀도 한 방울 흘리지 않더라”며 스스로로의 약점을 거리낌 없이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격 연습이 시작되면 조금 전까지도 징징거리던 나카타의 얼굴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타자의 표정으로 변한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첫 타격 연습에서 300명의 관중과 200명의 보도진을 앞에 두고 36개의 스윙 중에 30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가 단순한 화젯거리가 아닌 대형 신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순간은 배팅을 할 때뿐인 듯하다.
나카타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실리기 시작할 당시에는 “일개 신인을 너무 띄워주는 것 아니냐”는 ‘거품 인기’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지 기자들에 따르면 “나카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무개념 발언이나 돌출 행동이 많아 보이지만 예의 바르며, 어떤 질문에도 경계하지 않고 꾸밈없이 대답하는 모습에 오히려 대부분의 스포츠지 기자들이 그의 팬이 되고 있다.
나카타는 팀에서도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 3루수 자리를 놓고 그와 경쟁해야 하는 고야노 선수조차도 웃으면서 조언을 해줄 정도다. 구단 측에서도 “재미있으니 제재하지 말라”며 나카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그냥 놔두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대중지 <주간 겐다이>는 최근호에서 ‘기요하라와 고질라, 베리 본즈를 뛰어넘을 남자, 18세 나카타 쇼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바보 전설’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기사에 따르면 나카타 쇼는 배트에 잘못 맞는 쇼트 플라이 볼도 홈런으로 만드는 ‘괴물’이라고 한다. 현재 18세인 그의 체격과 파워에 비교하면 고교 시절의 기요하라와 마쓰이도 ‘성냥개비’에 지나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고교 시절 나카타는 잠깐 투수를 겸한 적이 있었다. 지독하게 연습을 싫어하던 그는 워밍업도 하지 않은 채 마운드에 오르는 일도 허다했는데 아무 문제없이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려댔다는 일화도 있다.
같은 팀에서 꽃미남 투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다르빗슈 유 선수에 대해 질문을 받자 “(다르빗슈 선수의) 인기가 높은 것 같다. 나도 나름대로 미남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라며 겸손하게(?) 패배를 인정하는가 하면 다르빗슈의 유명 여배우 부인에 대해서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기도 했다. 나카타의 이상형은 비치발리볼 선수인 아사오 미와 같은 미인이라고.
한편 나카타의 평소 성격은 그의 배팅처럼 담대하고 호쾌한 편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 2년 선배 선수에게 반말을 하며 “똑바로 하라!”고 소리를 치는가 하면, 동기 선수들을 마치 후배처럼 부리지만 아무도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에게 뭔가 특별한 카리스마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이쯤 되면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요란한 전설을 만들어내는 ‘대형 신인’ 나카타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듯싶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