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 출연해 유명해진 배우 히스 레저. | ||
레저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마사지사였다. 마사지 예약 때문에 평소처럼 뉴욕 소호에 있는 레저의 아파트에 도착한 마사지사는 침대 위에 벌거벗은 채 숨져있는 레저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 시간이 오후 3시 17분.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사지사는 119에 전화를 거는 대신 레저가 죽기 직전까지 가장 가깝게 지냈던 여배우인 메리 케이트 올슨(21)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3시 20분쯤 세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올슨과 통화를 한 마사지사는 즉시 레저의 죽음을 알렸으며, 당시 LA에 머물고 있던 올슨은 “즉시 내 경호원을 아파트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사지사가 119에 신고를 한 것은 3시 27분이었다. 처음 시체를 발견한 후 무려 10분이나 지난 뒤였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올슨의 경호원들이었다. 근처에 있다가 현장을 목격했던 레스토랑 주방장인 조셉 코토는 “올슨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레저의 아파트로 들어가는 걸 봤다. 문을 열어준 마사지사의 얼굴은 무언가에 놀란 듯 매우 창백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2~3분이 지난 후 경찰과 응급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은 달랐다. 현장에는 경찰이 가장 먼저 도착했으며, 자신들보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 죽기 전 카메라에 잡힌 히스 레저의 마지막 모습. 오른쪽은 메리 케이트 올슨. | ||
전 뉴욕 강력계 서장이었던 버논 게버스 역시 “분명히 어떤 냄새가 난다”고 단언했다. 그는 “누군가 사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약품이었던 옥시코돈을 현장에서 제거했다”고 추측하면서 아마도 올슨의 경호원들 짓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호원들이 굳이 서둘러서 아파트에 도착할 필요가 뭐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감시 카메라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낯선 남자가 찍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인의 말에 따르면 이 남자는 레저의 아파트 층에서 내렸으며, 그때 시간이 레저의 사망 시간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사망하기 직전이거나 직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FBI는 이 의문의 남성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레저는 문제의 약물인 ‘옥시코돈’을 왜 복용하고 있었을까. 대변인이 둘러댄 것처럼 레저는 사망 당시 독감이나 폐렴을 앓고 있지 않았으며, 때문에 ‘옥시코돈’을 복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가까운 측근들은 레저가 죽기 전까지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왔으며, 이로 인해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레저가 약물중독이란 사실은 그가 죽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약물남용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팬들이나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가 우울증에 시달린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딸 마틸다(2)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다. 4년 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촬영하면서 만났던 여배우 미셸 윌리엄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마틸다는 둘이 헤어지면서 윌리엄스가 키우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저의 약물 남용 때문에 윌리엄스가 마틸다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자 자주 다투었으며, 그때마다 레저는 약물의 힘을 빌리곤 했다.
▲ 사라진 문제의 진통제 옥시코돈. | ||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레저의 죽음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비극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편 레저와 올슨이 연인이었다는 사실 역시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레저가 죽기 직전까지 둘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사지사가 만일 올슨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면 이마저도 그냥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2006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에서 만났던 둘은 계속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죽기 전인 3개월 동안 연인 사이로 발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올슨은 이상하게도 레저의 죽음에 대해서 경찰의 심문을 받지 않았으며, 왜 자신의 경호원을 아파트로 보냈는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다.
혹자는 올슨 역시 약물남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연관된 증거들을 없애기 위해서 경호원을 서둘러 아파트에 보낸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어찌 됐든 떠난 사람은 말이 없는데 남은 사람들만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진 셈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