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하마드를 풍자한 만평. | ||
올해 2월 13일 <율란츠 포스텐(Jyllands-Posten)>을 비롯한 덴마크의 17개 신문사에서 이슬람교의 예언자인 무하마드를 풍자하는 삽화를 실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 실었다’고 표현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5년 9월 <율란츠 포스텐>의 만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만평은 무하마드를 칼을 든 테러리스트로 묘사했으며, 억압 받는 이슬람 여성을 희화적으로 풍자했다. 당시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덴마크와의 무역을 거부하거나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화형식을 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 언론은 소동이 커지자 결국 만평 게재를 중단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슬람교도들이 이 풍자만화를 그린 만화가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덴마크 경찰은 지난 2월 12일 문제가 된 풍자만화를 그린 만화가 중 한 명인 쿠르트 베스터가르트를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모로코 출신 덴마크인 한 명과 튀니지인 두 명을 체포했다.
쿠르트는 2005년 당시 도화선이 달린 폭탄처럼 생긴 터번을 쓰고 있는 험악한 인상의 무하마드를 그렸는데, 이 그림이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으로 비쳐지면서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이다. 암살설이 떠돌자 처음 이 풍자만화를 실었던 <율란츠 포스텐>이 문제의 삽화를 보란 듯이 다시 실었고, 그로 인해 최근에는 덴마크와 이슬람권 간의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이슬람권은 “덴마크 언론이 이슬람교를 모독하고 있다”고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는 한편 덴마크 언론은 “(만화가에 대한 암살 시도는) 덴마크 문화에 대한 테러”라고 비난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이슬람권과의 갈등으로 진땀을 빼야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대학에서의 강연 때문에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샀다.
2006년 9월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모교인 레겐스부르크의 대학 강연에서 ‘지하드(성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14세기 동로마제국 황제의 말을 인용했다. 황제가 페르시아의 현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가 세상에 가져온 것은 사악함뿐”이라고 말한 부분이었다.
▲ 한남동에 위치한 한국이슬람중앙성원 전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맨 처음 터키의 종교지도자인 알리 바르타굴이 “교황의 강연에는 적의가 담겨 있으며 오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뒤이어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도 “테러와 이슬람교를 한데 묶은 악의가 있는 강연”이었다고 가세했다. 말레이시아의 각료 또한 “교황은 자신의 발언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당초 바티칸에서는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이 행해지는 것에 대한 비난이었을 뿐 이슬람교도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슬람권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교황은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나의 발언이 이슬람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유감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사태는 가까스로 진정됐다.
한편 수단에서는 전혀 뜻하지 않은 실수로 이슬람 경찰에 체포된 영국 민간인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 있는 영국계 국제학교에서 한 여교사가 초등학교 수업 중에 곰 인형에 이슬람 예언자인 ‘무하마드’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유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질리언 기븐스(54)는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곰 인형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그녀는 현지에서 비교적 친근한 이름인 ‘압둘라’와 ‘핫산’ ‘무하마드’라는 세 가지를 예로 들었고 23명의 학생 중 20명이 ‘무하마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학부모들이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항의하면서 현지 경찰이 기븐스를 체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영국 정부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 빚어진 실수일 뿐이니 형사 기소를 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수단 정부는 이미 형사 기소를 마친 상태였다.
미국의 <타임즈>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도 “수단 정부가 종교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으며 기븐스는 그 희생양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수단 현지에서는 시민들이 기븐스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해당 학교는 주민들의 보복을 우려해서 임시 휴교하면서 사태는 일단락을 맺게 됐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