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데뷔 무대인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에서 MVP를 차지하며 팀에 우승을 안긴 한국전력 외국인선수 펠리페. 연합뉴스
[일요신문] 배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배구는 지난 9월 13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KOVO컵)를 마치며 예열을 끝냈다. 오는 10월 14일 V리그 개막만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프로배구 V리그는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여자부는 김연경을 필두로 한 국가대표팀의 활약에 힘입어 인기 겨울스포츠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일요신문>은 초읽기에 들어간 2017-2018 시즌 V리그 남녀부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 KOVO컵으로 미리보기
지난 9월 23일 막을 내린 KOVO컵은 남자부 한국전력과 여자부 GS칼텍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들은 지난 시즌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한 중하위 팀이었기 때문이다.
준결승으로 시각을 넓혀도 지난 시즌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 시즌 남녀부 1, 2위를 차지했던 팀들은 준결승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 시즌과 다른 결과를 보였지만 KOVO컵 결과가 정규리그로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예측을 섣불리 할 수는 없다. 정규리그 전초전 격으로 치르는 컵대회는 구단마다 선수간 호흡을 맞춰보고 새로운 실험도 해보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현대캐피탈은 KOVO컵에서 리그 대표 공격수 문성민을 리베로(수비 전문 포지션)로 파격 기용했다. 이는 포지션 전환을 앞둔 문성민의 테스트 차원이다. 문성민은 이번 시즌 팀의 사정 속에서 기존의 라이트에서 수비 부담이 높은 레프트로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전력의 외국인 선수 펠리페는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브라질 대표 출신으로 한국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컵대회라는 모의고사를 잘 치른 현재 분위기를 정규리그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여자부는 세계선수권 예선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빠졌다. 여자부 연봉 1위 김희진(IBK기업은행), 지난 시즌 MVP 이재영(흥국생명) 외에도 김수지(IBK기업은행), 박정아(도로공사) 등 스타들이 불참했다. 이 때문에 KOVO컵 여자부의 성적이 각 팀의 순전력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주력 선수들이 복귀하는 V리그 여자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예측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새 살림 차린 간판 스타들
V리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적 시장에서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이동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도 상당수 교체됐다. 특히 여자부는 ‘역대 최대 이동’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활발한 이적시장을 보냈다.
여자부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FA 권한을 행사한 선수만 5명이다. FA 이적은 선수를 보낸 팀이 보상선수를 지목할 수 있기에 총 10명이 팀을 옮겼다. 여자부 6팀은 FA 이적 시장에서 각자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펼쳤다.
다가오는 시즌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박정아. 연합뉴스
FA 이적에 나선 선수는 김수지(흥국생명→IBK기업은행), 김해란(KGC인삼공사→흥국생명), 박정아(IBK기업은행→도로공사), 염혜선(현대건설→IBK기업은행), 황민경(GS칼텍스→현대건설)이다. 이들 모두 이번 프리시즌 국제대회에 1회 이상 참가한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보상선수로는 남지연, 유서연, 고예림, 김유리, 한유미가 팀을 옮겼다. FA 선수의 이적에 따른 움직임이지만 이들도 각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다.
선수 이동은 FA뿐만이 아니었다. 각 팀은 이해관계에 따라 트레이드로 선수를 주고받기도 했다. 보상선수로 지명됐던 김유리와 한유미는 다시 한 번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또한 GS칼텍스의 시은미, 한송이가 KGC인삼공사 문명화, 김진희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FA 영입 없이 트레이드 시장에 적극 나선 GS칼텍스의 콘셉트는 확실했다. 트레이드된 선수 모두가 기존에 있던 선수보다 연령이 낮다. 최고참이 1992년생 표승주와 이나연이다. 이들은 KOVO컵에서 젊은 선수들로 스피드와 체력을 강화한 효과를 봤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매번 풀세트 접전을 치렀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KOVO컵 우승을 따냈다.
남자부에서도 주요 선수들의 이동이 있었다. 이번 여름 FA 자격을 취득한 18명의 선수 중 각 팀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재계약을 선택했지만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우리카드→삼성화재)는 새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우리카드는 보상선수로 삼성화재 프랜차이즈 스타 유광우를 지목했다. 우리카드는 센터를 내줬지만 경험 많은 세터 유광우의 합류로 KOVO컵 결승에 진출하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인 김요한도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이효동과 함께 OK저축은행으로 향했고, 강영준과 김홍정이 KB손해보험으로 갔다. 김요한을 품은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그를 센터로 변신시킬 뜻을 밝혔다. 어느덧 10년차 베테랑이 된 김요한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는 것도 다가오는 V리그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이외에도 권영민(KB손해보험)과 전진용(한국전력)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고, 현대캐피탈은 조근호와 우상조를 우리카드로 보내고 신인 지명권을 받아오기도 했다.
# 사령탑 교체
V리그 팀들의 사령탑 교체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특히 남자부는 전체 절반에 가까운 3팀에서 새로운 얼굴이 지휘봉을 잡았다. 김철수(한국전력)·신진식(삼성화재)·권순찬(KB손해보험) 등 모두 프로팀 감독 데뷔 시즌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감독 모두 팀을 KOVO컵 준결승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감독 데뷔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신진식 감독. 연합뉴스
여자부에서는 이도희 감독(현대건설)이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명세터 출신인 그는 이번 KOVO컵에서 소속팀 세터 이다영의 지도를 맡아 선수와 팀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가올 V리그는 활발한 선수 이동과 새 사령탑 부임으로 가장 예측이 어려운 시즌이 됐다. 김사니 SBS sports 해설위원도 이번 시즌을 두고 “KOVO컵만 보고는 알 수 없다. 남녀부 모두 정말 예측하기 힘든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각 팀들이 보강을 잘했다”며 “독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물고 물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 1, 2라운드 정도는 지나봐야 분위기를 알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해설위원 변신한 ‘레전드’ 김사니 “연경이가 준비해준 은퇴 파티 폭풍 감동” 김사니 SBS sports 해설위원. 사진=김사니 해설위원 본인 제공 인터뷰가 진행된 9월 22일 당시 김사니 해설위원의 모바일 메신저에는 ‘여행은 매번 나에게 첫사랑이다’라는 문구를 띄워 놨다. 그는 인터뷰 이후에도 괌 여행이 계획돼 있었다. 김 위원은 “은퇴 선언 직후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여행은 언제가도 좋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다양한 부분에서 얻는 것들이 많다.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나서기에 여행 중 편안한 마음으로 해설 준비를 하기도 했다”며 ‘여행 예찬론’을 펼쳤다. 김 위원은 코트를 떠나는 마지막 시즌을 우승컵과 함께했다. 그는 마지막 무대인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선발로 출장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그는 “몸 상태가 심각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무리하게 경기를 뛰었다”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우승에 도움이 되며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쁨이 배가됐다”고 말했다. 은퇴선언 이후인 지난 5월에는 절친한 후배 김연경이 동료들과 함께 김 위원 은퇴 파티를 열어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좀 덤덤한 듯 나왔는데 주변에서 ‘짜고 한 거 아니냐’, ‘반응이 왜 그러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연경이가 그런 걸 준비했을 줄은 정말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하며 의기소침해지는 마음도 있었다. 오랫동안 팀이라는 집단에 소속돼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라는 생각에 좀 그랬다. 그런데 연경이가 그렇게 이벤트를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친한 동료들과의 ‘작은 은퇴식’ 외에 팬들 앞에서의 은퇴식도 이어진다. 10월 18일 그가 뛰던 IBK기업은행 홈경기가 열리는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김 위원은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공을 내려놓는 대신 마이크를 잡게 됐다. 코트 안에서 보는 배구와 중계석에서 내려다보는 배구는 어떻게 다를까. “포지션에서 오는 유리함이 있는 것 같다. 세터를 맡았기에 해설과 비슷한 면이 많다. 둘 다 팀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 다만 해설위원이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해설로 임하는 첫 시즌이라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하다. 경기 룰도 내가 알고는 있지만 팬들이 알아듣기 쉽게, 빠르게 전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김 위원은 선수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세터였다. V리그 10주년 올스타에 유일한 세터로 뽑혔다. 국가대표팀에서는 런던올림픽 4강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리그도 경험했다. 여자배구는 최근 ‘차세대 세터 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을 비롯해 이숙자 해설위원, 이효희 등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자 새로운 세대들의 활약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후배들이 아직 대표 경력이 짧다. 우리 세대가 물러난 지 얼마 안됐기에 아직은 과도기라 생각한다”며 “팬들이 좀 더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 중요한 대회는 도쿄 올림픽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세터 포지션 후배들에게는 “세터라는 포지션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지난 일은 빨리 떨쳐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세터의 무게감을 잘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후계자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한 명만 꼽을 수 있겠나. 다들 잘 할 거라 믿는다. 나도 한 명의 팬으로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실업·프로무대 18년간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해설로 다가가려 하는데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색다른 해설, 솔직하고 시원한 해설을 하려 노력하겠다. 선수들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제가 해설하는 방송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