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굿즈 중에서도 문 대통령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손목시계와 찻잔 세트는 ‘희귀템’입니다. 오로지 선택받은 자, 청와대에 초청받은 사람들만이 시계·찻잔 세트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니굿즈’를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셀럽(celebrity의 줄임말)들은 누가 있을까요? <일요신문i>는 득템 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된 이니굿즈를 수령할 수 있는 정치인 및 연예인들을 공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기념 찻잔 세트(아래)와 손목시계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손목시계는 대통령이 초청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판매 목적이 아닙니다. 다만, 국가유공자나 보훈가족이 청와대의 초청을 받는다면 시계를 얻을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 부대변인이 언급한 ‘국가유공자나 보훈가족’이란 키워드를 주목해야 합니다. 정치인과 연예인들 중에 국가 유공자와 보훈 가족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향후 청와대에 초청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6월 15일 청와대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보훈단체장 및 모범회원과 국가수호희생자 유족, 6·25 전쟁영웅 유족, 정부포상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등 26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했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은 국가유공자의 범위에 대해 순국선열, 애국지사, 전몰·전상군경, 순직·공상군경, 무공·보국수훈자, 6·25 참전 재일학도의용군인, 참전유공자 등으로 규정합니다.
국가유공자의 가족에는 배우자, 자녀, 부모, 성년인 직계 비속이 없는 조부모, 60세 미만의 직계존속과 성년인 형제자매가 없는 미성년 제매로 정해져 있습니다. 국가유공자의 형제 자매나 손자녀와 증손자녀도 넓은 범주의 ‘보훈가족’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인들 중 국가유공자의 가족은 누가 있을까요? 먼저 야당 의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진태 국회의원(좌), 김진태 국회의원(연합뉴스)이 2014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캡처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김 의원의 부친 김한규 씨는 육군장교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을 두 번 받았습니다. 김 씨의 시신은 현재 대전 현충원에 안치된 상태입니다. 김 의원은 대전 현충원을 찾아 아버지에 대한 소감을 SNS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2013년 10월 김 씨가 사망(향년 87세)했을 당시 “아버지께서 대형 태극기에 싸여 조총 발사와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운구됐습니다. 춘천보훈지청과 2군단 사이 협약에 의한 무공수훈자 예우입니다. 아버지는 6·25때 지리산 공비토벌 전과로 화랑무공훈장을 두 개나 받았습니다”라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정치인입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국가 유공자 가족’ 자격을 갖춘 김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한다면, 김 의원은 ‘이니’ 찻잔 시계 세트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김 의원이 이니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 혹시 상상해보셨나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일국, 김좌진장군(연합뉴스), 김을동 바른정당 의원(연합뉴스)
김을동 바른정당 의원도 이니굿즈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을 갖췄습니다. 김 의원은 일제강점기 청산리 전투를 이끌었던 김좌진 장군의 자손입니다. 김좌진 장군은 일제 강점기의 군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순국선열이었습니다.
김 의원의 아들인 연예인 송일국 씨도 김좌진 장군의 후손입니다. 김 의원과 송 씨도 이니굿즈를 득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이유입니다. 송 씨의 아들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는 아버지와 할머니가 받은 ‘이니’ 시계를 물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병완 주승용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연합뉴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독립운동가 박종식 선생의 아들입니다. 박종식 선생은 목포상고 3학년 시절 1929년 광주학생항일 운동이 일어나자 최창호 이재실 정찬규 등과 결의해 독립운동을 펼친 애국지사입니다. 1993년 박종식 선생은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포장에 추서됐습니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국가 유공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습니다. 장 의원의 형제인 장병문 씨는 월남전에서 전사했습니다. 장병완 의원실 관계자는 “형이 월남전에서 전사했습니다. 의원님이 행정고시 합격 이후에 일반병에 지원하지 않고 해병대에 자원한 이유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도 무공훈장을 받은 주인철 씨의 아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여당 일각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보좌진들은 “문재인 시계를 구해달라고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시계와 찻잔을 받은 여당 의원들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장도 받지 못한 ‘이니굿즈’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보좌관은 “이니굿즈를 구해달라고 전화를 받아서 청와대에 전화를 했는데 자신들도 시계를 못 받았다고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안 그랬는데 이번 정부는 좀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비서 역시 “의원님의 사모님이 청와대를 갔다와서 손목시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세트로 준 줄 알았는데 하나밖에 주지 않아 의원님도 서운함을 드러내셨어요”라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이니’ 시계는 여의도 정가에서도 특별한 물건입니다.
2011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상동교회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1867∼1932) 선생 순국 79주기 추모식에서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유족대표로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걸 의원 일요신문
여당에서 국가유공자의 유족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이 의원의 친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입니다. 이회영 선생과 형제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가문의 모든 재산을 독립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회영 선생이 처분한 재산은 40만 원, 현재 기준으로 약 6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습니다. 이회영 선생이 세운 신흥무관학교는 3500명의 독립군을 양성했습니다. 이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귀중한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처럼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 칼날같은 정신을 유지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소회를 밝혀왔습니다.
우원식 의원의 외조부는 독립운동가 김한(본명 김상엽) 선생입니다. 김한 선생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사법부장, 법무국 비서국장을 지냈고 1923년 의열단 김상옥 의사의 종로경찰서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된 순국선열이었습니다.
유승희 의원의 남편인 유종성 교수도 국가유공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의원과 우 의원, 그리고 유 의원을 ‘국가유공자’ 가족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가수 송대관(좌)과 컬투 김태균(우). 사진=연합뉴스
‘이니’ 찻잔·시계 세트를 받을 수 있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가수 송대관 씨는 독립운동가 송영근 선생의 손자입니다. 송영근 선생은 1919년 3월 16일 전북 정읍에서 3·1운동을 일으키고 그해 5월 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습니다. 송영근 선생은 공훈을 인정받아 1992년 대통령 표창에 추서됐습니다.
컬투 김태균 씨의 부친도 국가유공자입니다. 김 씨는 부친이 베트남전 참전 이후 고엽제 후유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국가보훈처와 오랜 소송을 벌였습니다. 결국 김 씨의 아버지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김 씨는 최근 방송에서 “평생 군인으로 사셨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드디어 국립묘지에 가시게 됐습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윤하 양미경 박경림 김지석. 사진=연합뉴스
가수 윤하 씨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김주호 예비역 대령의 손녀입니다. 김주호 대령은 1971년 소흑산도 간첩선 침투사건으로 투입돼 간첩선을 격퇴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생전에 윤하를 직접 공군기지에 데려가 비행기를 견학시켜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방송인 박경림 씨의 아버지 박우철 씨는 베트남전 상이용사입니다. 박우철 씨는 해병 청륭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 팔에 총탄 관통상과 다리에 파편 총상을 입고 명예 전역했습니다. 박우철 씨는 어려운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친 공을 인정받아 2007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배우 양미경 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한쪽 다리를 잃는 상이 1급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 고 양상욱 씨의 둘째 딸입니다. 배우 김지석 씨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김성일 선생입니다. 김성일 선생은 김구 선생의 제자로 1916년 중국 봉천에서 독립의용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1932년 윤봉길 의사와 함께 체포된 기록도 있습니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좌), 배우 이서진(우). 사진=연합뉴스
배우 이서진 씨의 증조부는 석주 이상룡 선생입니다. 이상룡 선생은 안동지역의 유학자였지만 국권 침탈 뒤 이회영 선생과 함께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독립운동가입니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 씨의 아버지도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유공자를 가족으로 둔 연예인들은 국가보훈처 홍보대사를 맡거나 국경일 기념행사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청와대 행사에 초청될 경우 ‘이니’ 시계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인과 연예인 등 ‘셀럽’들이 문 대통령 임기 동안 청와대 행사에 초청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니굿즈’의 가치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날로 치솟고 있는 요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국가유공자의 ‘혈육’을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