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플라이양양과 에어로K의 항공사업자 면허 심사 기간을 두 번째로 연장했다. 플라이양양 홈페이지 캡처.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6개다. 중국·일본(8개), 미국(9개)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다. 여기에 에어로K, 플라이양양, 프라임항공, 에어대구, 남부에어 등 신생 LCC 6곳이 추가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은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눈길을 끈다. 올해 초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K에 14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22%를 획득했다. 에어로K는 한화 외에도 국내 사모펀드 ‘에이티넘파트너스’, 주방가전업체 ‘부방’의 투자도 받았다.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양양은 신세계그룹의 면세점계열사 신세계디에프로부터 10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았다.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저비용 항공 시장은 기업들에 ‘캐시카우’로 통한다. 애경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제주항공의 올 상반기 매출은 4682억 원, 영업이익은 434억 원, 순이익은 323억 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실적은 56.94% 지분을 보유한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 실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는 지난해 상반기 325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239억 원으로 매출이 크게 오르며 그룹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어로K에 투자한 한화인베스트먼트는 투자전문회사로서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여객기 사업의 경우 현금 유동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대기업들이 LCC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에 투자한 한화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국내 면세사업자로서 각각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플라이양양은 항공과 관광을 결합한 TCC(Tourism Convergence Carrier)를 표방하고 있어 신세계가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명동 신세계면세점이 후발주자인 데다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신세계라는 브랜드가 아직 낯설어 항공사와 제휴를 통해 홍보효과를 누리고자 초기투자를 한 것”이라며 “목적 자체가 마케팅 홍보용이기 때문에 추가투자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관계자는 “한화테크윈의 경우 여유 자금 투자이긴 하지만 항공엔진을 만들고 있어 항공사와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며 “추후 동남아 쪽 노선이 운항하면 면세점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드 이슈가 장기화하자 대기업들이 저비용 항공 시장 진출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짙어진다. 저비용항공사의 주노선은 중국·일본·동남아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최근까지 티웨이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며 항공사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던 신세계는 태도를 바꿔 플라이양양에 대한 추가 투자나 인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화 역시 “인수 가능성은 절대 없으며 추가 투자 역시 지금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도 항공운송사업 면허 심사에 신중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플라이양양은 국토부에 국제 및 국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지만 “취항계획을 고려할 때 운영 초기 재무적 위험 발생 가능성, 안전 및 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할 우려”를 이유로 지난 2월 면허신청이 반려됐다. 플라이양양은 항공기 3대 이상 확보, 자본금 150억 원 이상 등 항공법령상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10일 플라이양양은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재신청, 같은 날 에어로K도 처음으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지만 국토부는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국토부의 심사 결과 통보가 늦어지면서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의 면허권 획득 가능성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 한 대기업 항공사 관계자는 ”에어로K의 초기 자본금에 ’에어아시아‘ 자본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국토부가 자금 출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라이양양의 경우 과도한 중국 노선 수정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이 항공운송사업 면허권을 획득하더라도 나머지 신규 항공사들의 면허권 획득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두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법인 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기존 LCC업계의 반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앞의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정비사나 조종사는 단기간에 양성할 수 없어서 인력 유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또 인기 노선의 경우 사업자가 많아지면 가격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본금 규정, 항공기 대수는 항공법상 아주 형식적인 요건일 뿐 재무적 안정성, 과당 경쟁 여부 등이 훨씬 더 중요해 국내 LCC가 12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제주항공의 경우 애경그룹이 최대주주로서 재무적 위험 상황에서 확실히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지분율이 낮거나 단순 투자목적이라면 대기업의 투자도 면허 획득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