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보수 정당 역사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강제 해산 청구가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현재 2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원에 참여했습니다. / 박은숙 기자
지난 9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시민이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에는 현재 2만1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당시 트위터 등 SNS에서도 ‘청원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된 바 있습니다.
이 청원은 ‘한국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했고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며 헌법 가치를 유린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해산심판제청을 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다음과 같이 헌법재판소의 한국당 해산 심판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글 일부. /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탁해 부정한 청탁과 뇌물을 주고 받았고,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국민연금의 안전성을 위협했다. 자본 권력이 부정하게 결탁해 사익을 취하고 공정성의 근간이 훼손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출신이며, 이에 묵과하고 동조하며 이익을 갈취한 한국당 의원들은 공동정범이다. 둘,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은 최순실과 그 일당으로부터 지배를 받으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었다. 정당한 위임을 받지 않은 자가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과 같다.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묵과 동조 또는 결탁해 이익을 취한 한국당은 위임된 권력을 임의로 남용했다. 셋, 한국당은 공영방송을 사유화 하며 언론을 탄압한 <MBC>·<KBS> 사장을 두둔하고 있으며, 이정현 한국당 의원은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에 개입하며 언론을 통제했다.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넷, ‘국정원 댓글알바’를 동원하며 민의를 왜곡했다. 민주주의란 국미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인데, 정부가 나서서 의견 수렴을 조작했다면 이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 것이다. 다섯, 민의에 따라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현 정부를 아무런 대안 없이 방해만 하고, 비건설적인 비난으로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며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왜곡하고 있다. |
우리 헌법은 정당의 심판에 따라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 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는 헌법 보장 제도를 말한다.’입니다.
그렇다면, 헌법 제 8조 4항에 근거해 한국당이 위헌 정당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당이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했다면 강제 정당 해산이 가능할까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위헌 소지는 있지만 정당 해산의 요건은 성립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사실 관계 확인 여부에 따라) 한국당이 헌법을 위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당 해산은 속된 말로 ‘오바’라는 것입니다.
사진= 연합뉴스
한 교수는 “정당 해산이 헌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베니스위원회’의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베니스위원회란 각국의 정치제도, 선거, 정당 등에 대한 연구활동을 하고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유럽평의회의 자문기관입니다. 여기에는 ‘정당해산 5대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을 고려했을 때 헌재의 한국당 해산은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어떤 국가도 국내입법에만 근거를 둔 제한을 부과할 수 없다.
2.예외적 조치로서 그 행사에는 극도의 자제가 요청되며 민주적 헌법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 폭력의 사용 또는 그 주장이 있어야 한다.
3.정당 구성원의 개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당 전체에 물을 수 없다.
4.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보다 덜 과격한 조치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경우 정당해산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5.현실적 위협이 존재한다는 충분한 근거를 두고 사법적 판단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 <끝>
특히 한 교수는 ‘비례성 원칙’을 언급하며 한국당의 정당 해산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비례성의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때에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아울러 한 교수는 “정당 해산이라는 최악의 방식이 아니어도 처리가 가능합니다.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협이 될 경우 위헌 결정을 내리고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겠지만, 우리 법 질서에는 이를 차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형법이 있습니다”라며 “예를 들어 뇌물죄는 형법으로 국정농단과 언론탄압은 탄핵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위헌 소지는 있지만 정당해산 요건에는 못 미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정도도 아닙니다”라며 “이 청원은 한국당이 부디 정신을 좀 차리길 바라는 뜻에서 작성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적폐 척결을 바라는 마음에서 국민이 쓴 것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한국당의 해산을 손꼽아 기다렸던 국민들에게는 유감이지만, 한국당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지하혁명조직)급의 또는 그 이상의 폭력 조직을 결성하지 않는 이상 정당 해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3년 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201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베니스 위원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정문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베니스 위원회는 “위원회는 한국의 이 같은 결정(통진당 해산)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할 의도도 권한도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사진= YTN뉴스 캡쳐 베니스 위원회의 결정을 헌재가 따라야할 의무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은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 뿐이지, 결정은 각국의 헌법 심판기관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헌재는 위원회의 결정과 관계 없이 통진당을 위헌정당으로 인정하고 강제 해산했습니다. 당시 통진당의 해산이 베니스 위원회의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1999년)’과 어긋났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지침 가운데 ‘예외적 조치로서 그 행사에는 극도의 자제가 요청되며 민주적 헌법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 폭력의 사용 또는 사용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라는 기준이 논란이 됐는데, 이석기 전 의원의 ‘RO(지하혁명조직)’ 모임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입니다. RO와 관련해 헌재는 ‘폭력으로 체제 변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체제가 이를 견딜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통진당 측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아직 진행중인 점 △2심 법원이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때문에 그 당시에도 “조직의 활동 목적이 위헌인지 구명도 안 된 상태에서 너무 이른 청구가 이뤄졌던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