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가 지난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유세에서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 ||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경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언제부턴가 미국에서는 ‘오바마 암살론’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에 의한 정치성 발언이라고 치부했지만 오바마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이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비록 지난 3월 4일 ‘미니슈퍼화요일’에서 힐러리에게 발목을 붙잡혀 연승가도에 제동이 걸리긴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경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오바마의 암살을 막기 위해 아예 그를 찍지 않겠다는 사람들까지 나올 정도. 그렇다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의 경호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현재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에 버금가는 철통 같은 경호를 받고 있으며, 대통령 선거 역사상 이례적으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독 오바마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암살론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가 흑인이라는 점 외에도 시대를 앞선 이념을 내세우는 동시에 ‘변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암살되었던 존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목사, 링컨 등도 ‘변화’를 외치다가 결국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오바마가 실제로 암살 위협을 받았는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바마 캠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간혹 혐오 메일, 혹은 전화가 걸려오거나 우편물이 배달되긴 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운영하는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심심치 않게 오바마를 위협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몇 개월 전부터 오바마가 암살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실제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 ‘오바마 암살’을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글이 2000개가량 검색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비해서 오바마는 과연 어떤 수준의 경호를 받고 있을까. 현재 후보들의 경호를 맡고 있는 곳은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산하의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이며, 이들의 경호는 보통 후보경선이 시작되는 2월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오바마는 달랐다. 그는 이미 첫 번째 경선이 시작되기 9개월 전인 지난해 5월부터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전 퍼스트레이디 보호 차원의 경호를 받고 있던 힐러리를 제외하고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인 것은 물론, 미 대선 역사상 드문 경우이기도 했다.
사실 비밀경호국에 먼저 경호를 요청한 것은 오바마 측이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혹시 오바마가 진짜 살해 위협에 시달린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서둘러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뭐가 있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바마 측은 “그런 일은 없었다. 단지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오바마의 지지도가 상승하면서 경호원의 규모도 점차 커졌고, 현재는 부시 대통령과 거의 맞먹을 정도가 됐다는 소문도 있다. 길을 걸으면서 유세를 할 때에는 앞뒤로 경호원들이 에워싸며, 바로 뒤에는 늘 밴 한대가 뒤쫓고 있다. 행여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오바마를 태우고 도망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경호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1만 7000명이 운집한 댈러스 유세 때 비밀경호국이 금속탐지기 검색과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입장시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제대로 검색이 이루어졌지만 연설 시간이 다가오자 몸수색을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그냥 들여보냈다는 것. 이에 대해 비밀경호국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에 일일이 다 검색을 진행할 수 없었다. 안전을 확신했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변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오바마 본인은 이런 암살론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가급적 암살이나 경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그는 “킹 목사나 케네디는 비밀 경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훨씬 안전한 편이다”고 강조하면서 “걱정하지 말라. 나는 현재 세계 최고의 경호를 받고 있다”라며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