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에 ‘대선 잔금’ 예치?
먼저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받은 액수가 2억 원이 아니라 ‘+α(알파)’가 더 있을 것이란 소문이 한나라당 주변에 떠돌고 있다. 그런데 그 ‘플러스 알파’에 연루된 인사가 한나라당 핵심 인사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서 2억 원과는 별도로 지난 대선 기간 박 전 회장이 추부길 전 비서관에게 적지않은 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두 번째로 이번 박연차 게이트가 여권 원로그룹의 몰락 신호탄이 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회장이 출국금지된 것을 두고 그를 ‘이미 버린 카드’로 보고 있다.
박연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등과 관련해 천 회장도 법적인 ‘처리’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결국 천 회장은 사과문 조기 발표에 따른 ‘노무현 유탄’의 첫 번째 여권 희생자일 것이란 해석이다.
또한 천 회장이 박연차 회장의 대선 자금 통로라는 당내 일각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원로 실세 A 씨도 위험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이와 관련해 천 회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 때건 국세청 세무조사 때건, 검찰 수사 때건 박 회장의 돈을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대선 과정에서 활약했던 A 씨의 경우 이렇게 마련된 자금의 일부를 남겨 본인이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도 당내 일각에서 떠돌고 있다.
여기에 핵심 원로 B 씨도 박 회장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노 전 대통령의 수사 결과에 따라 입지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듯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권 내 원로그룹 핵심 실세들이 상당수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말 이들의 연루 여부를 확인한 뒤 검찰에 그대로 ‘진행’하라고 사인을 보냈다면 이번 기회에 원로그룹을 대거 정리하고 집권 2기에는 이미 귀국해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 그룹을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여권 개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 번째 괴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또는 대선잔금과 관련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박 회장의 돈이 실제로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일부일 수 있다는 의혹이 그것. 노 대통령의 몇몇 측근들이 대선 뒤 대기업들로부터 당선축하 명목의 돈을 받은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대선자금 수사를 촉발한 계기가 됐던 2003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에서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SK그룹에서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여택수 전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이 2003년 8월 롯데에서 받은 3억 원도 당선축하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당시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당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 측에 건네진 축하금 명목의 비자금이 500억 원에서 6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한 지난 삼성특검 때 논란이 됐던 삼성의 채권 400억 원도 대선 직후 건네진 대기업들의 당선축하금 가운데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끝내 진위를 밝히지는 못했다.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은 삼성이 정치권에 전달한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이회창 캠프 324억 원, 노무현 캠프 21억 원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수사 도중 터져나온 ‘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사가 위축돼 숫자를 짜 맞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은 일관되게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돈을 요구해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사업의 대가성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당연히 줄 돈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당연한 듯’ 돈을 가져오라고 한 것 아니냐”라고 해석한다.
만약 청탁이 있었다면 청탁자가 스스로 돈을 건네게 마련인데 ‘먼저 노 전 대통령이 요구를 해서 돈을 주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은 이 돈이 청탁과 무관한 돈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에 문제가 된 돈과 관련해 ‘퇴임 후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노 전 대통령이 깊숙이 묻어두었던 당선축하금이나 대선 잔금을 꺼내 쓰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연차 회장의 진술 태도를 볼 때 100만 달러는 박 회장의 것으로 보는 게 맞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박 회장이 건넨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로 밝혀질 경우 당선축하금이나 대선 잔금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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