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서 실종된 억만장자 모험가 포셋과 그의 아내 페기. 포셋은 실종 5개월이 지난 지난 2월 15일 법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 ||
지난해 9월 3일.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모험가로 유명한 스티브 포셋(63)은 이 한마디를 남긴 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단발 소형 비행기를 몰고 네바다 사막 위를 ‘가뿐하게’ 비행한 후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월 15일. 마침내 포셋에게 법적으로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부인 페기가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법원에 남편의 사망신고 청원을 낸 것이다. 숱한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비행기 잔해는커녕 남편의 생사와 관련된 어떠한 단서 하나 찾지 못하자 결국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포셋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그의 실종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플라잉 M 랜치’ 대목장. 오전 8시 45분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포셋이 물병 하나를 들고 소형 비행기에 올라탔다. 점심식사를 하기 전 잠깐 틈을 내서 ‘공중 산책’도 할 겸 앞으로 도전할 자동차 최고속도 신기록을 낼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신기록 수립을 위해 숱한 모험을 감행해왔던 그에게 세 시간 남짓한 이 비행은 가벼운 몸풀기에 불과했다. 때문에 방안에 휴대폰을 비롯한 위성전화기, GPS장치, 구조요청장치 등은 모두 놓고 나갔으며 부인 페기에게도 “정오까지 돌아올 테니 함께 점심 먹으러 갑시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12시가 넘도록 그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불안해진 페기는 결국 실종신고를 했다. 그렇게 포셋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은 당시 출발지점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있던 한 카우보이였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포셋의 비행기가 보였다. 그때가 8시 30분~9시 30분 사이였고, 잠시 후 11시쯤 한 차례 더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실종신고가 접수되자 곧 수십 대의 비행기가 동원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5만 2000㎢에 이르는 광대한 네바다 사막을 이 잡듯이 뒤진다는 것은 사실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 때문인지 방대한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단서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이 시작된 지 한 달쯤 지난 10월 3일 공식적인 수색이 결국 모두 중단됐다. 총 140만 달러(약 14억 원)를 들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라곤 없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정이 이렇자 ‘음모론’ 혹은 ‘미스터리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은 포셋이 실종된 네바다 사막 지역은 예로부터 우주인이 출몰한다거나 미 정부의 비밀 기지가 있다는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왔던 지역이었다. 우연인지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실종된 비행기는 모두 15~20대에 이른다.
사람들이 포셋의 실종을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비행기 잔해가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사건 당일 날씨가 매우 화창했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기 때문에 포셋처럼 노련한 조종사가 실수로 추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점, 출발 전 비행기 상태는 100% 안전했기 때문에 기기 결함이 발생할 확률도 없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설령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비행기가 추락했다면 왜 포셋은 추락 직전 비상신호를 송출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특히 기내의 비상신호장치는 깊은 심연 속에서도 신호를 송출할 정도로 고장이 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더욱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포셋이 추락하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미 정부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수십 년 동안 이런저런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정부의 비밀기지인 ‘네바다 51구역’에 포셋이 불시착했다가 정부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네바다 51구역’은 일반인이 절대로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보안이 철두철미한 곳으로 UFO 잔해가 보관되어 있거나 혹은 지구에 추락한 UFO를 회수해 각종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등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미 정부는 이 구역의 온갖 추측과 소문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공식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지도에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만일 이런 곳에 포셋이 감금돼 있다면 그를 찾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반면 포셋의 실종을 ‘자작극’으로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사가 지겨워진 포셋이 속세를 피해 멀리 도망을 갔거나 돈 문제 혹은 사생활 문제 때문에 사라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인 몰래 새 애인이 생겼거나 잔뜩 빚을 지고 파산한 것이라는 소문 또는 불치병에 걸려 멀리 떠났다는 소문 등도 번졌다. 이에 대해 페기는 “남편은 매우 건강한 상태였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사라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뜬소문들을 무시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소문과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앞으로 포셋은 사람들의 뇌리에 용기 넘치는 ‘모험가’보다 ‘전설’ 혹은 ‘미스터리’로 기억될 듯싶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