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1인분도 2000원인 요즘 1700원짜리 운동화가 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말이다. 이 ‘180엔 운동화’는 2001년 1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560만 켤레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한 제품이다. 신발가격을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출시됐으며, 판매 두 달 만에 수요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 하지만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결국 지난해 초 제조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고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올해 2월 25만 켤레를 다시 한정판매하기로 했다. 다시 판매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5만 켤레가 팔릴 정도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객들의 바람에 부응하여 한정판매를 하는 것 일뿐, 25만 켤레가 모두 팔린다고 해도 수익은 남지 않는다.
좌우가 맞지 않는 양말 세 짝을 세트로 판매하는 ‘리틀 미스매치’ 양말이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세히 보면 세 짝 모두 무늬와 색깔이 제각각이지만 아무렇게나 신어도 나름대로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800개 이상의 점포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브랜드다. 2003년 판매를 시작한 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올해 2월에 출시됐지만 올림픽 대표 야구팀의 호시노 감독이 대량 구매하는 등 유명인이 신거나 패션잡지에 실리는 등 유명세를 타면서 일부 인기 모델은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올라갔다.
이 제품은 디즈니의 마케팅 담당자와 의류회사 사장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탄생했다. “어째서 양말은 양쪽을 맞춰서 신어야 할까”라는 소박한 불만부터 “한쪽을 못 신게 되면 나머지까지 버려야 하니 아깝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스페어 양말’을 넣은 세 짝 한 세트의 짝짝이 양말이 출시된 것. 이 양말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회사에서 짝짝이 장갑이라는 ‘아류’를 만들었을 정도로 히트 상품이 됐다.
만두 빚는 틀
악재 덕분에(?) 뜻하지 않게 대박이 난 상품도 있다. 가뜩이나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 논란으로 시끄럽던 와중에 올해 2월 일본에서 중국산 농약 만두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만두처럼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가공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아무리 조심을 해도 모든 재료의 원산지와 안전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영향으로 최근 들어 직접 재료를 구입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원터치로 만두를 빚을 수 있는 틀인 ‘만두 명인’의 매출이 농약 만두 파동 전에 비해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사실 ‘만두 명인’은 20년 전부터 판매되어온 만두 빚는 틀의 개량판이다. 처음 발매됐을 때는 만두피와 소를 틀에 얹고 반으로 접었다 펴면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만두를 찍어낼 수 있다는 간편함으로 일부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디어 상품’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가늘고 길게 명맥을 유지해온 제품이 농약 만두라는 악재 덕분에 하루아침에 대박 상품이 된 것이다.
고급 간식
푸딩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후식 중 한 가지로 일본 간식시장에서는 수백 종류의 푸딩들이 시판되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발매 다섯 달 만에 10억 엔(약 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푸딩이 있다. ‘모리나가’의 ‘황금비율 푸딩’이 바로 그것으로 입 안에 넣었을 때의 부드러움과 녹을 때 퍼지는 맛, 달걀노른자와 생크림의 비율, 푸딩의 단맛과 캐러멜 소스의 쓴맛 등 완벽하게 조화되는 고급스러운 맛이 대박을 이뤄냈다.
고급스러움과 함께 ‘진한 맛’도 일본 간식시장의 또 한 가지 큰 흐름이다. 담백한 맛을 즐기던 일본인들의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인지 맵고 짜고 고소한 풍미를 살린 스낵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 대박 상품으로는 ‘에자키 그리코’의 ‘크라츠(CRATZ)’가 있다. 크고 단단한 프레첼을 잘게 부숴 만든 것으로, 씹는 맛과 함께 치즈와 베이컨, 치킨 등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져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맥주와 함께 더욱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락 운동기구
간편한 사용방법으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로 큰 인기를 끈 ‘닌텐도’의 ‘Wii’. 그 여세를 살려 닌텐도는 단순히 오락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할 수 있는 ‘Wii Fit(www.nintendo.co.jp/wii/ rfnj/)’를 출시하면서 또 한번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보통 오락이라고 하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집 안에 틀어박혀서 하는 것’이라고 인식돼 있다. 그러나 ‘Wii Fit’는 오락과 운동, 재미와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지난해 12월 발매된 후 150만 개가 넘는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산소 운동과 요가, 밸런스 게임, 근육 트레이닝 등의 프로그램이 있으며 최대 여덟 명의 기록을 보존할 수 있어 온 가족이 즐겁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