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난 류현진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캐치볼도 하고 수비 훈련을 도우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디비전시리즈 1, 2차전을 승리로 이끄는 팀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며 동료들의 활약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겉으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로스터에 제외된 채 팀의 포스트시즌을 함께 하는 심경이 편할 리 없을 터. 그래도 절대 내색하진 않는다.
류현진은 팀의 디비전시리즈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며 동료들의 활약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페이스북
류현진이 시즌을 앞두고 세웠던 목표는 150이닝을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150이닝에서 조금 부족한 126⅔이닝,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하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류현진은 정규시즌 마칠 때까지 건강한 몸으로 투구했고, 준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시즌 중반 갑작스런 보직 변경을 통보받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이 지켜보는 가운데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오른 경험은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그 경기에서 류현진은 4이닝 동안 51개의 공(스트라이크 30개)을 던지며 2안타 1볼넷,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다저스의 7-3 승리를 지킨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당시 불펜으로 내려가는 부분에 난색을 표했었다.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선발 투수로 나가길 원했다. 결국 그 ‘외출’은 한 차례 경험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류현진이 원한다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루틴을 중요시하는 선발 투수가 불펜으로 뛴다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불펜행을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팀이 류현진의 의사를 존중해 불펜행 대신 디비전시리즈 로스터 제외로 마무리 지었다.
그래도 다저스의 가을야구를 지켜보고 있는 류현진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다저스가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류현진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디비전시리즈에 참여한 투수를 제외하고 류현진을 로테이션에 합류시키는 것도 로버츠 감독한테는 어려운 결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류현진은 FA가 된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중요한 시즌을 맞이하는 류현진으로선 지금의 가을야구보다는 내년 시즌 더욱 건강한 몸으로 2013년, 2014년의 류현진으로 돌아가는 게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