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탄흔 지우고 주차타워?
-광주시 “주차타워 불가피” VS 시민사회 “모든 공간 역사현장 보존”
[광주=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 광주 금남로에 자리한 전일빌딩이 리모델링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건물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의 총탄 자국이 새겨져 있는데, 리모델링 계획에는 이 탄흔을 간직한 건물 원형을 철거하는 계획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전일빌딩이 법정 주차장 설치 면적규정을 충족하려면 건물 일부 철거와 주차타워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사회는 건물 전체가 역사현장인 데다 시민 스스로 계엄군에 항거했던 흔적 또한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전경 <일요신문 DB>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일빌딩 리모델링 기본계획 밑그림에 건물 일부를 철거하고 주차타워를 짓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전일빌딩은 1968년 7월 준공돼 모두 네 차례 증·개축을 거쳐 10층 규모인 현재 모습을 갖췄다.
철거 대상은 가장 처음 세워진 7층 높이 1차 건물로, 금남로에서 바라봤을 때 건물 뒤편이자 옛 광주 YWCA 회관과 마주 보고 있다. 1차 건물 외벽에는 1980년 5월 당시 YWCA 회관을 지키던 시민군이 전일빌딩을 점령한 계엄군과 교전하며 생긴 총탄 자국 13개가 남아 있다. 해당 총탄 자국은 3차 증·개축 건물 10층 내부에서 헬기사격 탄흔이 다량 확인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조사 때 함께 발견됐다.
전일빌딩 리모델링은 복합문화센터로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것으로 국비 130억원과 시비 290억원 등 420억원을 들여 추진된다. 광주시는 도시공사가 2011년 경매로 사들인 전일빌딩 9∼10층 내부에 5·18기념공간, 역사현장 체험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오는 12월까지 한다.
광주시는 원활한 리모델링을 위해 전일빌딩 토지(2252㎡)와 건물(2만132㎡)을 도시공사로부터 매입할 계획이다. 시는 당초 전일빌딩을 철거한 뒤 민주평화광장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복합문화센터 및 문화전당 관광자원화시설로 방향을 틀어 전망형 엘리베이터와 최상층인 10층에 스카이워크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리모델링 끝난 전일빌딩이 법정 주차장 설치 면적규정을 충족하려면 건물 일부 철거와 주차타워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헬기사격 탄흔이 고스란히 남아 5·18 사적지로 지정된 3차 건물 10층 내부와 2·3차 건물 외벽은 원형 보존한다”며 “주차타워 부지로 정한 1차 건물을 허무는 대신 시민군 탄흔이 새겨진 외벽 부분만 철거 과정에서 따로 보존해 헬기사격 탄흔과 함께 전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원형보존 약속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헬기사격 탄흔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역사현장인 데다 시민 스스로 계엄군에 항거했던 흔적 또한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영정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전일빌딩 모든 공간이 보존해야 할 5·18 현장”이라며 “헬기 탄흔이 남은 9층과 10층뿐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보존 계획을 광주시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철거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전일빌딩은 국과수 탄흔조사 등을 통해 5·18사적지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철거보다 보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실제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지난해 9월 22일과 11월 15∼16일 등 2차례에 걸쳐 전일빌딩 총탄 흔적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소 23여 개의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과 마주한 외벽에서 실시된 1차 조사에선 13여 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고, 1차 외벽을 제외한 3개 면에서 이뤄진 2차 조사에서도 10여 발이 추가 발견됐다. 특히, 3층과 8층, 9층에서 실내 총탄 흔적이 되고 3층 실내기둥의 경우 집중 사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건물 안팎으로 계엄군 총탄으로 추정되는 피탄 자국이 발견됨에 따라 역사성과 상징성을 감안해 시가 진행 중인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서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전체 건물의 원형 보존론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