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은 이미 경제에 심각한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장을 이끌던 주력산업이 부실화하여 성장 동력이 꺼진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2%대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을 펴자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가 효과는 미미하고 국민의 조세부담만 커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세금 먹는 하마로 바뀌고 궁극적으로 정부와 경제가 함께 실패할 가능성을 낳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출범 직후 11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5조 원 규모의 부자증세를 꾀하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빠른 속도로 폈다. 그러나 성장률이 3%이하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며 청년실업률은 9.4%의 사상최악을 기록하는 등 경제적 고통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법인세 인상 등의 조치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 성장 동력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쌍끌이 정책은 성공할 것인가? 소득주도성장보다는 혁신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과감한 개혁정책을 펴지 않는 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놓칠 수 있다. 가장 큰 우려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정권이었다. 그리하여 경제 성장 동력의 회복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갖가지 지원정책을 폈다. 그러나 창조경제의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여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도중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바꾸어 창조경제는 무위로 돌아갔다. 혁신성장 역시 아직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정권이 얼마나 혁신성장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지 의문이다.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개혁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또 기업의 창업과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하여 역동적인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은 국제기준에 맞추어 개혁하여 선진화해야 한다. 정부예산도 연구개발과 산업지원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더불어 첨단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과 직업훈련을 혁신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다양한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혁신성장에 대한 정치권의 협치가 절실하다. 정부부처도 정책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 안 된다. 특히 청와대의 일방적인 정책주도는 금물이다.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여 관련부처들이 일사불란하게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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