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에서 남사당패가 남사당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남사당놀이는 전문예인으로 구성된 남사당패가 서민층을 대상으로 연행했던 놀이로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연합뉴스
남사당놀이는 말 그대로 ‘남자들로 구성된 예인들(남사당패)이 펼치는 유랑광대극’으로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우리 전통 민속공연예술이다(여자 예인의 경우 ‘여사당’이라 불렸다). 전통적으로 남사당패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로 서민 관객들을 위해 자신들의 레퍼토리를 공연했다.
살판놀이(위)와 버나놀이. 연합뉴스
보통 남사당패에는 전체 레퍼토리를 펼치는 데 필요한 약 40~50명의 연희자(演戲者)들이 소속돼 함께 움직였다. 우두머리라는 뜻의 ‘꼭두쇠’ 밑에 기획자인 ‘곰뱅이쇠’와 무대 관리자인 ‘뜬쇠’, 연행자(배우, 예인)인 ‘가열’, 그리고 잔심부름꾼과 패거리들의 장비를 운반하는 등짐꾼이 있었다. 경험의 정도나 나이에 따라 ‘삐리’(초입자), ‘저승패’(늙은 단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남사당패는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 운영됐고, 도제 방식으로 세대를 이어 기예를 전수했다. 지난 2005년에는 영화 <왕의 남자>(2005)를 통해서 가면극놀이와 줄타기를 하며 시대를 풍자하던 남사당패의 모습이 대중에게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동놀이. 연합뉴스
이 희극들의 등장인물은 양반 주인과 저항하는 하인, 늙은 부부와 첩, 속세의 쾌락에 빠져 버린 승려, 끝없는 억압과 착취로 고통 받는 민중과 같은 각각 다른 사회계층의 전형적인 한국 사람들을 대표한다. 이 극들은 단지 흥만 주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낼 수단이 없던 민중을 대신해서 날카로운 풍자로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신분’이라는 제도의 멍에를 쓴 서민 관객들의 마음속에 자유와 평등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으며,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성평등과 인간 존중의 이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사당패는 한마디로 ‘조선판 엔터테인먼트사’라고 할 수 있었고, 그들이 펼치는 연희는 일반 서민과 가슴으로 소통하는 쌍방향 종합예술이었다. 주로 야외 공터에서 공연이 이뤄졌기에 누구나 가까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삶의 멍에와 설움을 웃음과 가락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남사당놀이는 특정한 날, 특정한 장소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 되고 말았다. 소통의 종합예술인 남사당놀이가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점점 잃어온 셈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무형문화유산인 남사당놀이를 ‘구시대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문화’로 즐기기 위한 묘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