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샤워를 못해서 냄새가 심해요. 그래서 대신 향수를 뿌리고 있죠.”
산속 깊은 오지나 후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이런 호소를 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일본 도쿄의 젊은이들이다.
일본 정부가 소위 ‘인터넷 카페 난민족’이라고 명명한 이들은 집도 없는 노숙자인데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하루하루를 일용직으로 전전하는 실직자들이다. 이들이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곤 PC방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구직 활동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통해 오는 일자리 연락을 기다리는 일이다.
그나마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들이라곤 박스 포장이나 향수병 뚜껑 조이기 등 단순노동이 대부분이다. 보수도 변변치 않기 때문에 번 돈 대부분은 먹는 것과 휴대폰 비용 또는 PC방 비용으로 고스란히 나가기 일쑤다. PC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900엔(약 9000원)에서부터 약 1500엔(약 1만 5000원) 정도.
집이 없는 까닭에 하루종일 PC방에 앉아 보낸다는 노리코 도미오카는 “일이 있는 날에는 다행히도 인터넷 카페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24시간 영업하는 패스트푸드점에 앉아서 콜라 하나만 시킨 채 보내야 한다”고 푸념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이처럼 PC방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수는 2007년을 기준으로 5400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수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젊은 노숙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일본 기업들이 정규직보다는 임시직 혹은 일용직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내놓은 회사들의 자구책이 한창 일해야 할 젊은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