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의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해 내수용 의류와 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입법 및 출자해 운영 중인 자유아시아방송은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10월 2일 중국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 당국의 개성공단 재가동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의 의류공장을 남한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은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다”라며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에서는 조선 내수용 의류도 생산하고 있지만 주로 외국(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소식통은 “개성공단 의류공장을 언제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가동을 시작한 지 6개월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미국 외신 보도 나흘 뒤인 6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개성공단의 설비는 잘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필자가 9월말경 북한 내부 관계자로부터 파악한 관련 자료와 내용 역시 앞선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 내용과 큰 틀에선 결이 다르지 않다. 다만 필자는 개성공단 재가동 배경과 참여 기관, 발주 내역 등 보다 자세한 추가 내용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단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개성공단 일부 라인은 지난 6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이 재가동됐다고 한다. 앞선 보도처럼 주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의류생산라인이 주 종목이라고 한다. 다만, 참여 기업은 약 15개 업체 정도로 파악된다.
이에 앞서 북한 통전부는 4월경 개성공단 설비 재가동을 위한 ‘제의서’를 마련하는 한편 5월경 이를 당 지도부에 올려 승인을 받았다. 당 지도부는 통전부의 ‘제의서’를 승인하고 6월 재가동을 독려했다.
이번 개성공단 재가동은 통전부와 그 자회사인 A 무역총회사가 주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군 총참모부, 군 정찰총국, 당 39호실 등이 이전부터 다뤄오던 해외 물주들로부터 사전 오더를 받아왔다. 이밖에도 복수의 무역총회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에 필요한 각종 생산 인프라 구축은 당 지도부가 직접 책임지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내부 인프라 구축 조치는 3월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만큼 김정은 당 위원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의 협조다. 앞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참여하거나 협력했던 북한 주요 기관들의 해외 물주와 거래처 대부분은 당연히 중국 쪽이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임가공 의류제품들은 당연히 중국 기업 측의 오더에 의한 것이다.
필자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미 북한 당국은 중국 기업 측과 오는 12월까지의 물량을 계약 완료한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론 이번에 결의된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에 따라 추가 물량 수주가 가능할지 아주 걱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임가공 제품들은 애초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어 나오거나 생산지 라벨을 아예 첨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5월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이 신원 의류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지도부는 또한 개성공단에서 나오기 시작한 물량 일부를 국내시장으로 풀기 위한 준비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퀄리티는 보장되겠지만) 기존 생산 제품에 비해 생산원가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필자가 내부를 통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의 재가동 라인은 하루 중 주로 낮 시간에 한정해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역시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인프라 비용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야간에 공장을 가동할 경우 단순히 인프라 비용이 배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명 전력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
두 번째로는 보안 관련 문제다. 북한 입장에서도 개성공단 재가동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눈총을 감수하고 나선 불편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야간 가동을 통해 새어나오는 조명시설을 되도록 위성 등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투입된 인력은 대부분 봉제기술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규모는 9월 말 현재 약 5000여 명으로 결코 적지 않다. 5000여 명에 대한 월급은 최소한 인당 200달러로 책정했고, 그에 맞게 오더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미뤄 본다면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인건비로만 월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개성공단 재가동은 앞으로 중국 시진핑 정부가 북한에 얼마나 협조할지가 절대적인 변수로 남아 있다. 파악된 바에 의하면 이미 이러한 물동량은 단둥을 통해 중국 세관당국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의 묵인 혹은 협조가 없이는 물동량이 절대 중국 쪽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여러모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시진핑 정부가 앞으로 대북 제재 상황 속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갈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