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사 포포(오른쪽).
이곳은 양곤에서 버스를 타면 10시간쯤 걸립니다. 이 도시는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목에 있고 날씨가 선선한 지역입니다. 포포와 직원들은 이 방문객을 위해 삼겹살과 한국 라면을 준비했습니다. 즐거운 식탁이 되었습니다. 가을이는 추석을 맞아 아빠와 함께 여행 중입니다. 아빠는 한국의 코이카 단원으로 미얀마에 파견되어 일합니다. 가을이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는 친절한 청년입니다. 중고등학교를 해외에서 다녀서인지 영어, 캄보디아어도 아주 잘합니다. 아빠를 따라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동부의 길목 삔우린 한국어 문화센터 전경.
센터 마당에는 큰 아보카도 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아보카도 열매가 싱그럽게 아주 많이 열려 있습니다. 두 사람의 꿈처럼. 아보카도를 주워 담는 둘을 바라봅니다. 둘은 각기 꿈이 많고 공통점도 많습니다. 가을이는 졸업을 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갈 꿈을 갖고 있습니다. 포포는 언젠가 한국으로 무역학을 공부하러 가고 싶어 합니다. 모두 고국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어 합니다. 두 사람은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포포는 이곳으로 오기 전 그간 모은 돈으로 싱가포르로 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태국과 싱가포르만 비자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한국은 가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가을이는 유년시절에도 고국을 떠나 살았지만,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에도 연수장학생으로 긴 시간을 폴란드에서 보냈습니다.
밍군대탑 앞에서 이가을 양.
포포의 한국어 수업시간.
이렇게 책과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20대를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가을이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가장 토속적이고 미얀마적인 관광지를 좋아합니다. 이틀간 삔우린의 커피농장, 영국통치 시절의 건축물, 밍군의 대탑, 샤가잉 언덕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점점 미얀마에 빠져든다고 가을이가 아빠에게 속삭입니다. 가을이 말처럼 미얀마는 참 구름이 맑고 아름답습니다. 사람들도 순박하고 오래되어 허물어져 가는 유적지도 정겹습니다. 아빠를 닮아 어딜 가도 경영학적인 ‘원가계산’을 하는 게 습관이라던 가을이. 이번 여행은 그 계산이 필요하지 않을 듯합니다. 포포는 오늘도 한국어 수업을 합니다. 수업방식이 좀 특이합니다. 목과 혀와 입 모양의 그림을 그려놓고 수없이 발음을 반복합니다. 자음과 모음을 수백 번씩 쓰게 합니다. 한국어는 이렇게 초기공부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시간을 이렇게 가르치는 교사는 거의 없습니다.
삔우린 농촌마을에서 이가을 양.
부모님처럼 사업을 꿈꾸는 포포는 미래를 위해 한국어를 전공했고, 지금은 틈나는 시간에 중국어학원에 다닙니다. 가을이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남은 학기를 마치고 졸업 후의 계획을 세워야겠지요.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시간이 끝이 났습니다. 익숙한 것들과 작별하고 떠난 여행. 삔우린은 가을이와 포포에겐 젊은 날의 한 순간이자 시절입니다. 두 사람은 언젠가는 떠나서 떠난 자리를, 그 시간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젊은 날의 초상처럼.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