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흐름은 최근 일본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사원들의 ‘메타볼릭 증후군(대사증후군)’ 검진이 의무화되면서 각 기업들이 사원들의 뱃살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2013년부터 메타볼릭 증후군 검진이나 보건지도 실시율, 메타볼릭 사원의 감소율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서 국가가 정한 목표치보다 낮을 경우 각 기업의 건강보험 부담금이 최대 10%까지 더 부과되기 때문에 사원들의 건강 관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그러나 이 뱃살 관리 대책 중에는 보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배를 잡고’ 웃을 만한 희한한 것도 있다. 일본의 대중지 <주간포스트>가 소개하는 일본 기업들의 뱃살과의 전쟁을 들여다 보았다.
사원들의 뱃살 관리에 제일 먼저 착수한 회사는 일본의 유명 어육가공회사인 ‘마루하니치로’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자사제품 어육가공 소시지인 ‘리사라’를 하루에 한 개씩 사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 소시지에 혈중 중성지방을 내리는 DHA가 들어있어 메타볼릭 증후군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회사 직원 700명에게 소시지를 먹도록 하고 한 달 후의 정기검진에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본 결과 “정확한 검증 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사원들이 중성지방이 약간 내려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그 중에는 “소시지가 맛있어서 하루에 한 개 이상 먹었더니 오히려 살이 쪘다”는 사원도 있었다.
한편 남성사원 세 명 중 한 명이 메타볼릭 증후군이라는 항공회사 ‘ANA’도 2년 전부터 사원들을 위한 건강대책 마련에 나섰다. 의사가 선별한 ‘요주의’ 사원들 100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운동과 식사제한이라는 두 가지 분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식사제한과 관련된 것이다.
부부 동반으로 회사의 건강관리 센터에 출석하여 영양관리사에게 식사 메뉴에 대해 상담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경험자들에 따르면 40대 남성들은 보호자(?)를 동반하여 상담을 받는 것에 꽤나 자존심을 상해 한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작전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비만 사원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사원들이 먹는 음식의 칼로리나 염분량을 알려줌으로써 자신들의 식생활을 직접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회사도 있다. ‘마쓰시타 덴코’의 사원식당에서는 법인카드로 계산을 하면 먹은 음식의 칼로리와 염분을 알 수 있다. 그뿐 아니라 3개월분의 식사메뉴와 칼로리가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 회사의 한 30대 사원은 “어제는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오늘은 가볍게 먹는 등 자연스럽게 식단의 균형을 생각하게 됐다. 회사 밖에서 식사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칼로리와 염분을 계산할 수 있게 돼서 2㎏가 빠졌다”고 이야기한다.
‘혼다’는 3년 전부터 ‘트라이워크 21’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5개월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를 겨루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사원들에게 만보계를 나눠준 후 590㎞(79만 보)으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걷도록 하는 식이다. 590㎞라는 거리는 도쿄역에서 고베역까지의 거리로 자신이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있도록 노선표 모양의 기록표도 나누어준다. 억지로 운동을 시키는 것보다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걷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는 취지다.
식사조절도 좋고 운동도 좋지만 역시 건강하게 살을 빼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정신력이다. 이점에 착안한 회사가 바로 ‘아사히 맥주’다. ‘일주일에 이틀은 간 쉬게 하기’ ‘금연하기’ ‘에스컬레이터 사용하지 않기’ 등 아홉 가지 항목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게 한 후 2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지킨 사원들에게는 고급 볼펜이나 방재 세트 등의 선물을 준다. 사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지키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사히 맥주’와는 반대로 스파르타식 방법을 택한 회사도 있다.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선스타’는 매년 정기검진 때 메타볼릭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남성사원들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도장’이라는 시설까지 세웠다. 지난해에는 130명의 사원들이 2박3일 동안 이곳에서 건강을 위한 연수를 받았다. 이 ‘건강도장’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의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수행’을 방불케 한다. 스님을 모셔서 배우는 ‘좌선’이나,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냉온욕’ 등이 마련되어 있다.
‘건강도장’에서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한 사원은 “하루 섭취 열량이 1200㎉로 정해져 있어서 기름이 든 음식은 전혀 나오지 않는데다가 아침식사는 녹즙 한 잔뿐이었다. 내년에는 가지 않기 위해 평소부터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고생담을 토로했다.
메타볼릭 증후군이란
메타볼릭 증후군(대사증후군·내장지방 증후군)은 내장지방이 원인으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를 나타낸다. 메타볼릭 증후군의 판단 기준은 허리둘레가 남성은 85㎝ 이상 여성은 90㎝ 이상이면서 ①HDL콜레스테롤 치가 40㎎/dL 미만 ②고혈압(최고혈압이 130mmHg 이상 또는 최저혈압이 85mmHg 이상) ③고혈당(공복 시 혈당치가 100㎎/dL)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되는 것을 가리킨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