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6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정당발전위원회 상견례에서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정발위가 추진 중인 ‘나는 민주당이다’는 온라인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위치 기반 소셜 커뮤니티에 접속한 당원이 자신의 위치와 정보를 기재하면 구글 지도에 내용이 표시되는 방식이다.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권리 당원임을 공개하고 당 활동에 적극 나서게 하는 운동인 셈이다.
정발위는 ‘민주당원 소상공인 지도’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당원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사업장에 당원 카드를 발행하고 당원 모임을 독려할 계획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0월 3일 서울 강서구 한 음식점에서 개최된 당원가게 1호 지정식에서 “종전에는 정치색을 드러내면 손님들이 다 떨어졌는데 촛불 이후 바뀌었다. ‘나는 민주당이다’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고 계속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그 길을 함께 가자는 인증식으로 민주당은 당원으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며 당원 역시 민주당을 받쳐주기 위해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최재성 정발위원장 또한 “소상공인들이 많이 등록해서 우리 당원들과 함께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이뤄나가는 시발점으로 작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는 민주당이다’는 9월 26일 임시 오픈을 했다. 4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한 정발위 관계자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줬다”고 말했다. 정발위는 조만간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하고 채팅 기능까지 넣어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0월 9일 정발위 워크숍에선 전문가와 함께 앱 기능을 시현하기도 했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나는 민주당이다’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식 오픈이 언제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당원 지도는 최재성 정발위원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원명부가 공개되지 않는 현 상황을 고려해 당원 지도를 통해 누가 당원인지 서로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정발위에선 이 프로젝트가 ‘당 공동체’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최 위원장은 9월 27일 자신의 SNS에 “정발위에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면 10인에 1인씩 전국대의원 선출권을 부여하는 안을 발표했다. 그러려면 내 지역 당원이 누구인지 파악해서 모임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 프로젝트는) 당원들로 시작되는 민주적인 대의원 선출과 당원 공동체 구축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직접 민주주의제 도입과 운영에 에너지가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선 편 가르기란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은 SNS에 “언뜻 좋은 취지 같으면서도, 마치 민주당 소속 아닌 데서는 밥도 안 먹고 물건도 안 사겠다는 운동으로 들린다. 전국민을 상대로 한 화이트리스트이자 블랙리스트로 오해받지 않을까. 민주당원 아니면 이제 장사도 어렵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집권당답게 모든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지 고작 선거에 이길 궁리나 하고 편 가름이나 하는 모습 같아 졸렬하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 자영업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죽을 맛”이라고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SNS를 통해 “앞으로 민주당원은 동네식당까지도 당원이 운영하는 당원 가게만 가야겠다. 동네 장사하는 분까지도 ‘정치 몰이’를 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 민주당 정발위가 할 일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좁은 동네에 ‘민주당 식당’이라고 스티커를 붙여주면 혹여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동네에서는 위생검사도 대충 넘어가고 구청 회식도 그 식당에서만 노골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 명백한 민주당판 ‘동네식당 화이트리스트’”라고 꼬집었다.
이재만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 편 가르기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하는 정책이나 이뤄지는 일들이 국민 보여주기 식으로 가니까 진정성이 없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을 통합하면 좋은데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발위 관계자는 “‘나는 민주당이다’는 당원 맵핑이다. 일반인들까지 모두 활동하는 곳에서 ‘우리만 모이자’고 하면 편 가르기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당원들이 서로 어디에 있는지 자기 호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발적인 당원 모임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야당 시절 당원임을 밝히지 못한 사람들이 촛불 혁명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뤘다. 온라인 당원 지도는 당비를 내는 당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창구”라고 설명했다. 또 “야당 당원들은 저 식당을 가지 말자고 할 텐데 어떤 이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 친문 의원 또한 통화에서 “다른 당에서 왜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다. 각자가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이익이 있는 것만 아니라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걸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자신이 당원임을 표방하는 것도 국민으로서 기본 권리 아니냐. 강제하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결속력을 강화하자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당 활동이다. 민주당 스티커를 붙인 소상공인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스티커를 붙이는 게 오히려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며 거부할 것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오히려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모든 민주당원들이 자신의 소속을 밝힌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정치 공세다. 어떤 혜택을 주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놓는 행위를 옳다 그르다고 재단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