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코엑스점.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올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업계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조 733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 5530억 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26억 원에서 74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신세계디에프와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올해 상반기 각각 48억 원, 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말 영업 개시 예정이었던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영업 개시일도 각각 2018년 12월 26일, 2019년 1월 26일로 연기했다. 심지어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말까지만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어렵사리 획득한 특허권마저 반납하는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 진출을 고려하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엑스점의 경우 서울 강남의 상징성과 시장성이 높이 평가된다. 현재 사업자인 롯데가 사업을 지키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엑스점은 국제무역전시장과 도심공항터미널이 있어 컨벤션 행사가 많고 카지노에서 유입되는 고객도 적지 않아 올해 적자를 내지 않은 몇 안 되는 매장 중 하나”라며 “컨벤션 행사나 카지노에서 오는 고객들은 고가품을 많이 사는 경향이 있어 고가품 특화 영업을 하는 코엑스점은 유지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내부.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실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지난해 매출은 3800억 원 수준으로 동화면세점(3549억 원), 두타면세점(1110억 원) 등을 능가한다. 면세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버리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경쟁업체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모두 입찰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혀 롯데의 면세사업 연장이 유력하다. 신세계 관계자는 “내년 센트럴시티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어 다른 곳에 신경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신규 면세사업자 접수 공고를 6월 3일에 낸 후 업체들에 약 4개월의 준비 기간을 주면서 10월 4일 접수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는 9월 29일 공고를 내 11월 20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약 10일간의 추석연휴를 제외하면 한 달 반 만에 시장조사와 신청을 마쳐야 한다. 롯데의 면세점 특허 연장을 유력하게 만든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제안서를 작성하기에는 매우 빠듯한 시간이라 사실상 롯데가 유지하는 것으로 정해졌다”며 “지원할 업체가 적어 보인다고 지원할 기회조차 막아버리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난 8월 23일 김영문 관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면세점 제도에 대해 논란이 많아 제도개선 방안이 확정된 후 신규 선정 절차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 전에는 사업자 경과 규정을 마련해 새로운 영업자가 선정될 때까지 기존 업체의 특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청장의 말에 따르면 롯데의 특허권을 일정 기간 연장하면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을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관세청 관계자는 “제도개선안 발표에 맞춰 공고를 낸 것”이라며 “특허 만료 후 재고물품을 처리하는 기간을 줄 수는 있어도 영업일 연장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롯데,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요청…철수 위한 명분 쌓기냐 지난 9월 28일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은 임대료 인하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양사는 오는 11월 2일 2차 협상을 갖는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2020년 8월 모두 4조 1000억 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 실적이 좋지 않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것. 인천공항은 임대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다. 인천공항 매출의 약 60%가 임대수수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낮추면 인천공항 매출에 막대한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여객 수요와 면세 매출이 줄어든 상황은 아니어서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며 “의견 수렴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이 급락해 이대로라면 5년간 1조 4000억 원의 누적적자를 예상한다”며 “지난 국경절에도 중국인 매출이 작년에 비해 약 25% 줄었는데 중국인의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롯데의 요청이 면세점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롯데면세점 관계자도 “협상이 실패한다면 면세점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적자를 보는 것보다 위약금을 내는 게 차라리 낫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철수하면 롯데면세점 직원들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근무 인력은 약 2000명으로 이 중 1800명이 각 브랜드에서 파견한 판촉직원들이다. 롯데에 이은 후속사업자를 선정해도 해당 면세점에 소속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으면 자리를 잃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후속으로 입점할 업체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그래도 공기업인 인천공항이 한발 양보해야 애꿎은 직원들이 살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