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전직 개그맨 고타니 마코토. 마코토 트위터 캡처.
“제 하루를 500원에 팝니다.”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고타니 마코토는 전직 개그맨이다. 그런데 이 남자, 현재 직함이 독특하다. 일본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프로필을 살펴보면 “홈리스(homeless)로 활동 중”이란다. 대체 무슨 사연일까.
10년 동안 ‘팔리지 않는 개그맨’으로 지냈던 마코토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도쿄로 상경했다. 거의 일거리가 끊겼던 탓에 수중에 돈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선배 집에 신세를 졌지만, “노숙을 하면 어떠냐”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진짜 거리로 나와 2개월 정도 살았다. 먹을 것이 없어 무료급식소를 찾아 다녔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박스를 얻어 덮고 자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에 재미삼아 “오늘 잠잘 곳은 어디일까요?”라는 퀴즈를 올렸는데, 코멘트가 50~60개나 달렸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봐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후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인터넷쇼핑몰에 ‘자신의 하루를 판매한다’는 콘셉트의 가게를 차렸다. 하루 50엔. 어떤 부탁이든 우리 돈으로 500원만 받는다.
이것이 뜻밖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연일 매진사태를 기록했다. 제초작업, 페인트칠, 이삿짐 도와주기, 술자리 인원수 맞춰주기, 우울증 환자 이야기 상대 해주기 등등 다양한 의뢰가 쏟아졌다. 교통비를 내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마코토는 달려갔다. 애초 500원만 줘도 되는데 점심을 사주는 사람, 저녁밥을 먹고 가라는 사람, 옷가지를 건네는 사람, 잠잘 곳을 제공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마코토는 더 이상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의 별난 삶의 방식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 덕분에 집이 없어도 맛있는 걸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잔다. 아내도 이런 생활을 하던 중 만나게 됐다. 원래 아내는 “같이 술래잡기를 해달라”며 요청한 의뢰인이었다고. 3번째 만났을 때 아내가 “재미있게 사시네요. 결혼하면 제 인생도 유쾌해질까요”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두 사람은 기세를 몰아 결혼했다.
혹시 남편이 홈리스인데 불안하진 않을까. 이에 대해 마코토 아내는 “결혼은 누구와 해도 불안한 것 아니겠는가.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쪽이 오히려 불안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마코토는 여전히 자신의 하루를 50엔에 파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아이치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부가 만나는 것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다.
일본 주간지 <주프레뉴스>에 따르면 “마코토가 의뢰받은 일 중에는 놀랍게도 ‘나 대신 해외에 가달라’는 부탁도 있다”고 한다. 물론 보수는 똑같이 하루 50엔이지만, 왕복항공권을 지불해야 한다. 비행기 값을 내면서까지 의뢰하는 내용은 대체 무엇일까. 이와 관련, 마코토는 “서울에 가서 현지 날씨를 보고 와 달라, 대만에 있는 친구가 건강한지 만나 달라, 비즈니스클래스가 쾌적한지 체험해봐달라와 같은 의뢰가 있었다”고 전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코토는 “홈리스가 돼 돈이란 것을 제대로 마주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가치관을 얻음으로써 오히려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그의 인생을 바라보는 데 찬성과 불찬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본인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다.
인기 블로거 사카쓰메 게이고도 스스로 ‘집 없는 생활’을 선택했다. 게이고 블로그 캡처.
인기 블로거 사카쓰메 게이고(31)도 ‘집 없는 생활’을 스스로 선택한 케이스다. 도쿄로 상경하기 전, 갈 곳이 없던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정을 호소했다. 그런데 하룻밤 재워줄 수 있다는 답글과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사람이 속속 나타나 ‘대기 순번’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게이고는 “보잘 것 없는 나와 만나기 위해 예약 대기라니. 사는 집이 없어지고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따뜻함이 있었다”면서 “가치관이 대전환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 뒤 블로그에 “뭐든지 부탁하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여기저기서 의뢰가 들어왔다. 대신 돈은 받지 않았다. 숙박이나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맞바꾸고, 가끔은 선물로 대체하기도 한다. 가령 농사를 도우러 가면 채소나 쌀을 받아오는 식이다. 현재는 블로그에 이런 활동들을 발신해 인기 블로거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강의를 부탁해오는 단체도 많아졌다.
게이고는 “예전엔 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는 곳이 없어지면 돌아갈 장소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이 있을 때 ‘정신적으로 돌아갈 장소’가 있었냐고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인간에게 있어 최대의 지옥은 가혹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구걸이다” “미래가 없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마고토와 게이고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게이오대학 특임교수 와카시 유준 씨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근로방식이나 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마코토나 게이고를 통해서 간접체험을 하고,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한편, 집 없이 이동생활을 즐기는 여성들도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디자이너 사카모토 치카코는 30~40대 여성 3명과 함께 ‘일본여행여자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녀는 “집세 걱정을 덜면 좀 더 자유롭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단체명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나 실제로는 이동생활이다.
그녀의 직업상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이 가능하다. 당장 집을 처분하고, 이동생활을 시작했다. 최초의 소재지는 나가노현에 있는 학원.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에 명함과 홈페이지를 디자인해줬다. 이후 친구 소개와 SNS 등을 통해 사과 농가의 팸플릿을 디자인하거나 녹차공장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고정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 현금은 그쪽에서 충당하고, 전국 각지를 돌면서 맡은 일에 대한 대가는 숙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대신했다.
치카코는 “흔히 경력을 쌓고, 결혼을 해 안정된 생활을 꾸리는 것이 보통의 삶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치관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길을 찾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 치카코는 대만 체류를 준비 중이다.
집이 없으면 과연 불행할까. 적어도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