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과점주주 방식의 1차 지분 매각을 통해 부분 민영화에 성공했다. 수차례 실패한 끝에 어렵사리 이뤄진 성과였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지난해 11월,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51.06% 가운데 29.7%가량을 IMM PE(프라이빗에쿼티),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7개 투자자에 나눠 팔았다. 지난 10년간 ‘통매각’(경영권 지분 일괄매각)을 고집해 네 차례나 매각이 실패했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은행 지분을 최소 4% 이상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위는 1차 매각을 마친 뒤 예보의 잔여 보유 지분도 최대한 빨리 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지분 18.52%를 보유한 예보다. 민영화 이후에도 ‘반민반관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사.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이번에 임기가 끝난 공자위 민간위원은 윤창현 공자위원장,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재환 법무법인 KCL 변호사, 최관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이다. 이 6명은 2015년 10월 공자위 민간위원으로 선임돼 임기 동안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을 성사시킨 주인공들이다.
민간위원 6명은 국회 소관 상임위(2명), 은행연합회 회장(1명), 대한상공회의소 회장(1명), 법원행정처장(1명), 공인회계사회 회장(1명)으로부터 추천받아 금융위원장이 위촉하는데, 신임 민간위원 선정은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전임자들의 논의 내용을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는 “신임 민간위원들의 업무보고 등 일정을 감안할 때 우리은행 지분 매각은 검토에 착수하기까지도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여기에 시장 수요조사 등이 필요한 만큼 실제 매각 작업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역시 새 멤버들이 안착할 때까지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 스스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공자위원들까지 바뀌는 만큼 섣불리 나섰다가는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최종구 위원장은 취임 후에도 공자위 전체회의에 계속 불참하고 있다.
새 위원들로 구성된 공자위 첫 회의는 16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매각 의지는 강한 편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9월 18일 정무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자위 논의를 거쳐 과점주주 이익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잔여 지분 매각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이 지연되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또 있다. 금융권에서는 잔여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과점주주로 구성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IMM PE,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등 5대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파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과점주주 지분(4~6%)보다 적은 물량을 희망수량 공개입찰이나 블록세일(장외대량매매)로 팔 수 있지만, 새로운 대주주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이 업무보고에서 “과점주주 이익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도 이런 부분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새로운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차 지분 매각 당시 매각가는 주당 1만 1800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우리은행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달 말엔 1만 7850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0% 이상 비싼 값을 주고 주식을 사야 하는 셈이어서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일각에선 아예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부터 추진하고 잔여 지분 매각은 그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왕 늦어질 바에야 지주사 체제를 갖춘 뒤 제 값을 받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시나리오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에 대한 면제 방안이 담겼다.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에 부과되는 징벌적 과세가 면제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우리은행이 지주사를 새롭게 설립해도 이중 과세를 부과받지 않으려면 예보가 우리은행의 지분을 2년 더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지주사 관련 세법이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던 세금 이슈도 사라져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리은행도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의 연내 매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사실이 없다”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매각시기·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