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야구 선수들과 팬들은 가을 잔치를 꿈꾼다. 그동안 KBO 리그는 최대한 효과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포스트시즌 제도와 경기 수에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그 과정을 짚어봤다.
# 전·후기 리그 시절의 포스트시즌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1984년까지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아예 없었다.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리그를 치렀기 때문에 전·후기 우승팀끼리 한국시리즈를 벌여 우승팀을 가렸다. 그러나 1984년에 문제가 발생했다. 두산의 전신인 OB가 시즌 전체 통합 승률 1위에 오르고도 전기와 후기 리그 우승을 각각 롯데와 삼성에 내준 것이다. 결국 최고 승률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도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1985년부터 ‘종합 승률 1위 팀은 무조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규칙을 새로 만들었다. 또 종합 승률 1위 팀이 전기와 후기 리그 가운데 하나를 우승했을 때, 또 다른 우승팀과 종합 승률 2위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맞붙는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종합 승률 1위 팀이 OB처럼 전기와 후기 모두 우승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두 우승팀끼리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포스트시즌 방식을 변경한 이 시즌에 삼성이 전기와 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우연이 발생했다. 결국 그해에는 유일하게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1986년부터는 다시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 전기와 후기 리그 1위 팀과 2위 팀에게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각각 하나씩 부여했다. 총 4장의 진출권을 나눠 갖는 싸움이다. 예를 들어 전기 리그에서 우승하고 후기 리그 2위에 오르면 두 장의 진출권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 진출권이 두 장인 팀은 자동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서고, 진출권을 한 장 얻은 팀은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진출권이 한 장인 팀이 두 팀이면 그 팀들끼리 플레이오프를 치르면 된다. 그러나 진출권 네 장이 모두 다른 팀에게 가면 전기 1위와 후기 2위, 후기 1위와 전기 2위가 각각 맞붙기로 했다. 이 제도는 1988년까지 이어졌다.
# 준플레이오프의 도입과 양대리그 체제
프로야구가 1989년부터 전기 리그와 후기 리그를 폐지하고 단일 시즌 체제를 채택하면서 다시 포스트시즌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기와 후기 우승팀이 따로 갈라지지 않는 대신, 3위와 4위 팀이 3전 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것이다. 이후 2위 팀과 준플레이오프 승자가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고, 다시 1위 팀과 플레이오프 승자가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3-5-7’ 방식이 바로 이때부터 시작됐다. 1993년부터는 이전과 방식은 동일하되, 3위와 4위의 격차가 3경기 이내일 때만 준플레이오프를 열었다. 준플레이오프가 무산될 경우에는 2위와 3위가 맞붙는 플레이오프를 7전 4선승제로 늘려 포스트시즌 경기 수를 맞췄다. 이런 룰이 1998년까지 계속됐다.
1999년과 2000년은 매직리그와 드림리그로 네 팀씩 나뉘어 정규시즌을 치르는 양대 리그 체제였다. 1999년 매직리그는 삼성·한화·LG·쌍방울, 드림리그는 현대·두산·해태·롯데로 각각 이뤄졌다. 또 2000년에는 전년도 승률 1·3·5·7위 팀과 2·4·6·8위 팀이 같은 리그로 묶인다는 규칙에 따라 롯데·한화·LG·SK가 매직리그, 두산·삼성·현대·해태가 드림리그에 각각 포함됐다.
이 시기에는 매직리그 1위와 드림리그 2위, 드림리그 1위와 매직리그 2위가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7전 4선승제로 한국시리즈 진출자를 가렸다. 따라서 준플레이오프는 열리지 않았다. 다만 한쪽 리그 3위 팀이 반대쪽 리그 2위 팀보다 승률이 높을 경우에만 3전 2선승제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정했다.
# 다시 돌아온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이 양대 리그제가 2년 만에 다시 단일시즌제로 회귀하면서 2001년부터 포스트시즌 방식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준플레이오프가 3경기, 플레이오프가 5경기, 한국시리즈가 7경기였다. 그러다 2005년에 잠시 준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로 늘어났고, 이듬해부터 다시 2년 동안은 또 3전 2선승제로 복귀했다.
2008년은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가장 많은 경기가 배정된 시즌이었다. 한시적으로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7경기, 한국시리즈 7경기가 이어지는 ‘5-7-7’ 체제로 늘어났다. KBO 관계자는 “아무래도 가을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당시 포스트시즌을 최대한 길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가 챔피언십시리즈를 7차전까지 치르면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한 시즌만인 2009년부터 다시 현재와 같은 경기 수(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7경기)로 정착됐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는 경기 수가 너무 많아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 역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경기 수가 너무 많으면 정규시즌 1위 팀에 주어지는 어드밴티지가 지나치게 많아 한국시리즈가 싱거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 10개 구단 체제가 만든 와일드카드 결정전
포스트시즌 제도가 ‘5-5-7’ 체제로 안정화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사상 최초로 10구단 체제가 출범한 2015년이다. 이전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은 ‘4강’의 동의어였다. 그러나 NC에 이어 kt도 1군에 합류하면서 구단이 10개로 늘어나자 “10개 팀이 네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은 너무 어렵다. 절반은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KBO도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와일드카드 도입을 의결했다. 처음 안건이 나왔을 때만 해도, 4위와 5위의 게임차가 1.5경기 이내일 때만 단판 승부로 준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리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논의가 거듭되면서 방식이 바뀌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무조건 치르되, 4위 팀에 1승과 홈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식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최대 2경기까지 치러진다. 대신 두 경기 모두 4위 팀 홈구장에서 열린다. 무엇보다 4위가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한다. 따라서 4위 팀은 무승부만 한 번 해도 1승 1무로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낸다. 그러나 5위는 무조건 2경기를 다 이겨야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다. 1무든 1패든 먼저 2승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탈락이다. 상위 순위 팀에게 1승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일본의 클라이막스 시리즈 방식과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특징을 적절하게 섞었다.
와일드카드 제도는 KBO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효과를 불러왔다. 도입 첫 해인 2015년부터 흥행에 불을 붙이는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았다. 그해 KBO 리그는 상위 4개 팀의 판도가 일찌감치 갈라졌다. 8월이 끝난 시점에 삼성, NC, 두산, 넥센이 4강권을 형성해 나머지 6개 팀과의 격차를 벌려 나갔다. 4위 넥센과 5위 한화의 격차가 무려 6.5경기였다. 자칫 너무 빨리 리그에 김이 빠질 뻔했다. 그러나 가을 잔치 마지막 한 자리를 둘러싼 5위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했다. 5~8위 간 격차가 단 3경기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와일드카드 경쟁에 포함된 팀들이 KIA, 롯데, 한화와 같은 인기 구단들이라 팬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결국 정규시즌 마지막 날에야 5위가 확정됐다. 올해 역시 5위 자리를 놓고 시즌 막바지까지 숨 막히는 순위 싸움이 이어졌다. 시즌 종료 직전까지 흥행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비결이다.
동시에 3위와 4위 경쟁도 예년보다 훨씬 치열해졌다. 이전까지는 두 팀이 동일하게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되면서 3위에게 확실한 장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3위 팀은 리그 종료 후 사흘 휴식을 취한 뒤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또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한 경기 만에 끝난다고 해도 4위 팀의 가장 좋은 선발 투수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만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확실한 동기 부여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미국과 일본의 PS 제도는? 미국 와일드카드 두 팀 ‘원 게임 플레이오프’ 메이저리그는 총 30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 각각 15개 팀이 소속됐다. 각 리그는 동부·중부·서부까지 3개 지구(디비전)로 나뉜다. 한 지구에 5개 팀씩 배정됐다. 따라서 포스트시즌 방식도 복잡하다. 일단 각 지구 우승팀은 포스트시즌 첫 단계인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한다. 그러나 1994년부터 각 리그가 3개 지구로 나뉘면서 지구 우승팀이 홀수가 됐다. 디비전 시리즈 짝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해부터 메이저리그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긴 이유다. 처음에는 세 지구 2위 팀 가운데 가장 승률이 높은 구단이 와일드카드를 얻어 디비전 시리즈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후 와일드카드 팀들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사례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예상보다 더 많이 나왔다. 2011년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세인트루이스가 우승하자 2012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 방식이 손질됐다. 한 팀이 아니라 두 팀이 와일드카드를 얻고, ‘원 게임 플레이오프’를 통해 디비전 시리즈 진출자를 가리는 형태다. 두 팀 가운데 성적이 더 좋았던 팀이 홈구장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 와일드카드 진출팀들은 지구 우승팀들과 사실상 동등한 조건에서 디비전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 이후 와일드카드 팀들에게 단판 승부의 부담감이 추가됐다. 형평성 면에서도 일리가 있는 제도라는 호평이 잇따랐다. 지구 우승에 대한 프리미엄을 늘리면서 와일드카드에 안주하려던 팀들에게 경종도 울렸다. 다음 단계인 디비전 시리즈는 5전 3선승제다. 리그 별로 두 시리즈씩 총 네 번의 시리즈가 같은 시기에 열린다. 원 게임 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카드를 따낸 팀이 가장 승률이 높은 지구 우승팀과 맞붙고, 나머지 두 지구 우승팀이 짝을 이뤄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권을 다툰다. 여기서 승리한 팀들은 다시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난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최강자를 가리는 혈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 승자가 가려지면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승자가 만나 ‘폴 클래식’이라 불리는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전 세계 야구팬의 시선이 쏠리는 ‘꿈의 무대’다. 챔피언십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7전 4선승제다. 일본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처럼 양대 리그 체제지만 포스트시즌 형식은 조금 다르다. 명칭은 클라이맥스 시리즈와 일본 시리즈로 갈린다. 클라이맥스 시리즈는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처럼 리그 안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단계. 대신 리그전이 아닌 토너먼트 형식으로 벌어진다. 리그 2위 팀과 3위 팀이 퍼스트 스테이지(3전 2선승제)에서 먼저 맞붙고, 여기서 이긴 팀이 리그 우승팀과 파이널 스테이지(6전 4선승제)를 치른다. 파이널 스테이지를 통과한 팀이 대망의 일본 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내게 된다. 메이저리그와 다른 클라이맥스 시리즈의 특징은 리그 상위 팀에게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퍼스트 스테이지 3경기에서 양 팀이 1승 1무 1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정규시즌 2위 팀에게 파이널 스테이지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또 2008년부터는 파이널 스테이지에 선착한 정규시즌 우승팀에게 1승을 먼저 주고 출발한다. ‘7전’이 아닌 ‘6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이유다. 한국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방식과 같다. 일본시리즈는 이 과정을 통해 가려진 양 리그 파이널 스테이지 승자끼리 벌이는 최후의 대결이다. 7전 4승제로 치러져 일본 프로야구 전체 우승팀을 가린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