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일부 영화인 단체가 불참해 갈등의 상처가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날 것을 밝히면서 아쉬움과 더불어 앞으로의 영화제를 이끌 지도부 구성에 대한 우려가 남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화인들이 보이콧하면서 ‘반쪽 개막식’이라는 불명예가 씌어졌던 지난해에 비해서 올해는 수많은 스타들과 해외 영화인들의 대거 참석으로 소생의 희망이 보인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개막식은 장동건과 윤아의 진행으로 2시간 가량 이어졌다.
개막식에 앞선 레드카펫에 선 스타들은 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 속에서도 저마다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뽐냈다. 안성기, 손예진, 박성웅, 문근영, 문소리, 윤계상, 김래원 안재홍, 이솜 등 국내외 영화인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갓 스무 살이 된 아역배우 출신 서신애는 파격적인 드레스 패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친숙한 송일국과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 부자도 레드카펫에 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둥이는 레드카펫에 선 스타 가운데 최연소 게스트다. BIFF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인 신성일은 외손녀 박지영 씨와 함께 참석했다.
해외 영화인들의 대거 참여도 눈에 띄었다. 일본의 배우 아오이 유우, 에이타, 나카야마 미호와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가와세 나오미 감독, BIFF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 등이 참석해 영화제의 열기를 달궜다.
개막식에서는 한국영화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이 함께 이뤄졌다. 한국영화공로상은 독일의 크리스토프 테레히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집행위원장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고 스즈키 세이준 감독이 수상했다.
또 지난 5월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 추모 영상이 5분간 상영됐다.
개막식 이후에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상영됐다. <유리정원>은 지난 2월 급성구획증후군을 진단받고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문근영의 복귀작으로 눈길을 끌었던 바 있다.
<유리정원>에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간접적으로 담겨 있다. 이날 개막식 전 기자회견에서 신수원 감독은 “과거 정권 하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라며 “저는 운 좋게 (블랙리스트를)피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2회 BIFF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 상영작은 75개국에서 초청한 300편으로 월드 및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0편, 월드 프리미어 99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1편 등이 상영된다. 폐막작은 대만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