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의 연봉을 받는 축구 선수들은 명품차를 주로 타고 다닌다.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BMW X5, 아우디 R8, 벤틀리 컨티넨탈 GT, 포르셰 911 터보, 메르세데스 맥라렌 SLR, 애스턴 마틴 뱅퀴시. | ||
세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억만장자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은 소문난 ‘자동차광’이다. 지난해에만 연봉을 포함해서 광고 모델료, 티셔츠 및 티켓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 등으로 총 4900만 달러(약 5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런 그에게 수억 원대의 명품 자동차조차도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할 터. 이를테면 가장 아끼는 자동차인 2억 원대의 ‘애스턴 마틴’을 구입하기 위해서 베컴은 그라운드에서 고작 하루하고 다섯 시간만 뛰면 된다.
이런 까닭에서일까. 베컴은 초고가의 자동차를 수시로 갈아 치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LA 갤럭시로 이적한 것을 기념해서 구입한 2억 원대의 ‘포르셰 911 터보 카브리올레’를 구입한 지 반년 만에 미련 없이 되팔았다.
이밖에 베컴이 보유하고 있는 ‘애마’들로는 영국의 명차인 ‘애스턴 마틴 DB7’(약 2억 원),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약 3억 원), 페라리 575(약 3억 원), BMW X5(약 2억 원) 등이 있다. 특히 BMW X5는 특별히 주문제작된 방탄 차량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베컴이 갖고 있는 가장 고가의 자동차는 사실 따로 있다. 구입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롤스 로이스 팬텀(약 12억 원)이다.
또한 ‘애스턴 마틴 DB7’은 자동차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등번호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번호판까지 똑같이 ‘DB7’으로 제작해 부착했을 만큼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자동차다.
이처럼 베컴이 지금까지 자동차에 쏟아 부은 돈은 모두 합쳐 약 4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인 시절이던 1990년대 중반에는 베컴도 비교적 작고 싼 ‘포드 에스코트’를 타고 다녔다.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거머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누구보다도 자동차에 욕심이 많은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 나이키, 노키아, 포드, 코카콜라 등의 광고 모델료를 포함해서 모두 1630만 달러(약 170억 원)를 벌어들인 루니는 이렇게 번 돈을 자동차에 아낌 없이 쏟아부었다.
17세였던 신인 시절에는 2만 달러(약 2000만 원)짜리 소형차인 ‘포드 Ka’를 타고 다니던 그가 지금은 사정이 백팔십도 달라졌다. 현재 그가 수집해 놓은 자동차는 ‘벤틀리 컨티넨탈 GT’(약 1억 8000만 원)를 포함해 ‘애스턴 마틴 뱅퀴시(약 3억 6000만 원)’,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약 3억 원), BMW M6 등 모두 150만 달러(약 15억 원)에 달한다.
이것도 모자라 루니는 현재 34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LP640 무르치에라고’를 한 대 더 주문해 놓은 상태며, 최근에는 7억 원 대의 고가를 자랑하는 스포츠카인 ‘메르세데스 맥라렌 SLR 컨버터블’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25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번 티에리 앙리(FC 바르셀로나)가 아끼는 자동차는 루니도 보유하고 있는 ‘애스턴 마틴 뱅퀴시’다. 35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의 고가인 이 스포츠카는 007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가 몰고 나와서 일명 ‘본드카’로 유명해진 차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자랑하고 있는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팀의 스폰서인 ‘아우디’사로부터 ‘아우디 R8’을 지원받아서 타고 있다. 이 자동차의 가격은 20만 달러(약 2억 원) 정도. 이밖에 호날두는 BMW X5와 페라리 360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7억 원 상당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이자 지상 최고의 슈퍼카로 불리는 ‘부가티 베이런’을 주문해 놓고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호날두가 자동차에 쏟아 부은 돈은 5억 원 정도. ‘부가티 베이런’을 손에 넣게 될 경우에는 무려 20억 원이 넘는 돈을 자동차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유벤투스 주장인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는 팀으로부터 선물받은 특별한 미니카를 타고 있다. 유벤투스의 대주주인 이탈리아의 자동차 회사 ‘피아트 그룹’이 델 피에로를 위해서 특수 제작한 ‘피아트 500 넘버 10’이 바로 그것이다. 이 미니카는 델 피에로의 등번호인 ‘10번’을 모델로 해서 만든 자동차로 델 피에로는 지난해 흰색 ‘피아트 500 미니카’를 선물로 받았다.
첼시의 존 테리는 벤틀리 컨티넨탈 GT(약 1억 8000만 원)와 페라리 F430 스파이더, 레인지로버 스포츠, BMW X5, 포르셰 911 터보 등 모두 9억 원 상당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뉴캐슬의 마이클 오언은 재규어 X-타입, 레인지로버 V8 보그, 크라이슬러 보야지 등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두 약 6억 원을 자동차에 쏟아 부었다.
한편으로는 사치와 낭비를 일삼다가 결국 파산한 선수도 있다. 카메룬 출신의 미드필더인 에릭 젬바-젬바가 그런 경우다. 2005년 맨유에서 뛰었으나 적응에 실패해서 결국 1년 만에 방출된 그는 한때 애스턴 빌라로 이적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접은 채 카타르에서 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자동차를 어찌나 좋아했는지 아예 축구를 그만두고 카레이서로 전업한 것이다. 지난해 무려 열 대의 고급 SUV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파산하면서 모두 팔아 치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모든 축구 선수가 수억 원대의 자동차만 굴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츠머스의 수비수 솔 캠벨의 ‘애마’는 5만 5000달러(약 5700만 원) 상당의 BMW X5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검소한 편에 속한다.
또한 포츠머스의 골키퍼인 데이비드 제임스 역시 4000만~5000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세단인 ‘크라이슬러 300C’를 타고 다닌다. 게다가 평소 환경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까닭에 4000달러(약 400만 원)를 들여서 바이오 연료 자동차로 개조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