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언톨로지 베를린 지부 전경과 이곳에 잠입한 프레디 가라이스. | ||
본명이 프레디 가라이스인 그는 사이언톨로지의 신입 회원으로 가장하면서 대학에서 미국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백수라고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 또한 처음 만난 사이언톨로지 관계자에게 “톰 크루즈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사이언톨로지 베를린 지부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지난해 11월. 지부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코리나라는 이름의 사이언톨로지 관계자가 접근하면서였다. 함께 지부 건물로 들어갈 것을 권한 코리나는 들어가자마자 일종의 ‘성격 테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결과는 ‘불합격’. 하지만 애당초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듯했다.
사이언톨로지가 제공하고 있는 ‘학습 과정’을 수강하면 누구든 사이언톨로지에 알맞은 신도로 거듭난다면서 슬며시 수강 신청을 권한 것이다. 코리나는 “지금 약 90유로(약 15만 원) 정도의 수강료를 내면 바로 수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톰 크루즈도 이 과정을 수료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 못하는 척 수강 신청을 하자 그 자리에서 즉시 ‘사이언톨로지 신도 자격증’이 발급되었다. 그리고 5개월 동안 모두 4단계의 학습 과정을 수강한 가라이스는 “과정이 높아질수록 수강료도 점점 더 비싸졌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자들이 숨통을 죄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학습 과정이란 ‘자기 분석’ 과정 등 주로 심리학과 철학과 관련된 것들이다. 수업 시간에는 누구든 10분이 넘도록 단 한 개의 질문도 하지 않으면 질문을 하도록 강요 당한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고, 또 답해야 하는 것이다.
한 단계의 과정을 수료하면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짓말 탐지기를 변형한 ‘E 미터’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대상자의 심리 상태를 점검한 후 병을 치유한다는 이 기계는 사이언톨로지 창시자인 L. 론 허바드가 직접 만든 것으로 약 200여 개의 질문을 던져 진단을 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는 허바드의 가르침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묻는 질문들을 포함해서 가령 “당신은 여기에 언론사에 제보할 것을 찾기 위해서 왔나요?”라거나 “우리에게 여태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나요?” 등과 같은 엉뚱한 것들도 있다. 테스트를 무사히 마치면 비로소 수료증이 발급되고, 바로 다음 과정을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 프레디가 몰래 촬영한 사이언톨로지집단의 학습 장면. | ||
10페이지에 달하는 계약서에는 기부금, 학습 과정, 해야 할 일 등에 관한 항목들이 소개되어 있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까지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령 ‘지금까지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동성애 경험이나 불법적인 성행위를 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누구와 언제, 어디서 했는지를 자세하게 기술해 주십시오’라는 내용 등이 그런 것이었다.
마침내 약속한 날까지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자 이제는 휴대폰을 통해 끊임 없이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집 앞까지 계약서를 들고 찾아와서는 길거리에서 서명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이들이 이렇게 회원 늘리기에 급급한 것은 지부 별로 늘려야 하는 신입 회원들의 수가 할당돼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경우에는 6월 6일까지 55명을 더 모집해야 했으며, 당시에는 125명의 신도를 모으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가라이스가 끈질긴 설득 끝에 하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자 관계자들은 내일이라도 당장 지부에 나와 일을 시작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정해준 가라이스의 일과는 일주일에 52시간 정도 일을 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정확한 보수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한 관계자는 자신은 일주일에 50유로(약 8만 원) 정도를 받고 일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라이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하자 이번에는 가라이스의 여자친구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친구가 거절을 하자 가라이스에게 “이제부터 당신의 임무는 집에 가서 끝까지 여자친구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우리는 로트와일러 같다. 한 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독 독일에서 사이언톨로지가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이에 대해 사람들은 통독 이후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있다. 통일 후 혼란한 틈을 타 20여 개의 관련 기업을 무더기로 설립했고, 또 부동산 투기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은 일찌감치 정치권과 사이언톨로지 집단 사이에서 이단 논란이 가열된 나라 중 하나다. 이미 90년대 중반에는 보수적인 기독교당인 기민련이 “사이언톨로지는 종교가 아니다. 종교의 탈을 쓰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기업집단일 뿐이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한때 독일에서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안 보기 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