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민 한판 대결···양당 공천 경쟁 치열 예고
-민주 이개호 김영록 우윤근 노관규···대안설 솔솔
-국민 박지원 주승용 황주홍
-이석형·장만채 출마 땐 양당 중 선택할 듯
전남도청 전경
[무안=일요신문] 이경재 기자 = 재선 도전이 확실시됐던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발탁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전남도지사 선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거운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도백(道伯)자리를 놓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회권력’을 잡은 국민의당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지난 ‘5·9 장미대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했던 전남 표심이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어느 당으로 향할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문재인 정부 1년 성적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민심 향배에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남도지사 선거는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전남지사 출마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8개월여 남은 선거가 조기에 점화되고 선거구도 역시 상당히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에서 낮은 국민의당의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인물론’이 통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정치 인생의 마무리 무대로 전남도청 입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그는 지난 10일 CBS 라디오에 출연,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한 물음에 “전남지사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며 “지난 8월 휴가에 이어서 추석 연휴 광주·전남,북, 특히 전남을 샅샅이 돌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회자의 확인 질문에 “그러면 맞다. 확대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롭다”고 말해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박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간다”는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으로 전남지사 출마 가능성만을 열어두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출마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통하는 박 전 대표기 풍부한 국정경험과 강력한 추진력, 정치적 내공,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치적 생명을 거는 마지막 승부를 던진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지방선거과정에서 뒤늦게 도지사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말바꾸기’ 논란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접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역설하는 그의 선택이 이번에도 주목된다.
민주당-국민의당 양강체제 속에 지역적으로는 동부-서부권 대결의 구도가 형성될지도 관전포인트다. 무엇보다도 양 당의 후보선출을 위한 예선전이 본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선 통과=당선’이라는 공식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지 않는 한 요원한 일이다.
박 전 대표의 ‘선제적 도발’은 민주당에도 자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군으로 광주·전남의 유일한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개호 의원과 김영록 농림식품부장관,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전 대표, 주승용 의원과 황주홍 의원 등이 각각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도 후보군으로 꾸준히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재선 국회의원인 이개호 의원이 우선 꼽힌다. 2016년 총선 ‘녹색돌풍’속에 민주당 당적으로 광주·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의원은 30여년 간 전남도와 행정자치부 등 지방과 중앙정부의 공직을 거치면서 쌓은 행정경험 등을 무기로 지사직에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선 국회의원에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김영록 장관도 지사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직에 도전하려다 접었던 김 장관은 5·9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선선대위 조직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보태며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국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우윤근 전 의원 역시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선거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어 “현직에 충실히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동부권 출신으로 19·20대 총선에서 잇따라 낙선한 노관규 전 순천시장도 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지원 변수로 전남지사 후보 전략공천 등 대안 후보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광주시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전남지사 차출론이 느닷없이 나왔다. 이 부위원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재선 교육감으로 인지도가 높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의 영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후보로는 지난 2014년 당내 경선에서 현 이낙연 총리에게 석패한 주승용 의원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전남도의원과 여수시장, 국회의원 등을 고루 거친 주 의원은 행정력과 정치력 등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평가다. 지난 5·9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지원 유세를 명목으로 전남지역 곳곳을 돌며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선 강진군수를 역임하고 재선 국회의원인 황주홍 의원 역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역정가에서 도지사 출마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연내 출마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현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으로 4차례나 지사직에 노크했던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역시 ‘절치부심’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함평군수 3선을 지낸 이 회장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당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중 한 곳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출마를 접고 산림조합 회장 재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도 3선 교육감이냐, 도지사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를 초청해 특강을 열어 논란이 일면서 국민의당쪽 인사로 분류되고 있지만,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이야기다. 올 추석에 전남 곳곳에 자신 명의의 현수막을 내걸어 전남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한층 높여줬다. 장 교육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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