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와 MB 정부까지 국정원 등 사정기관과 부처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동시에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정원, 전경련이 개입했다는 관제데모, 입맛에 맞는 시민단체 지원도 의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위 우파로 분류되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국정원이 깊숙이 관여했고 전경련이 돈을 대 물밑에서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9월 2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 시대정신 사무실, 북한인권학생연대, 청년이 만드는 세상, 청년리더양성센터,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최홍재 바른정당 산하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자택과 허현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정부의 보수 시민단체 지원이 수사의 핵심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은다. 수사대상이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였다면 앞으로는 SNS를 무대로 활동하는 보수 SNS 계정, 페이지들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보수적 내용을 게재하는 SNS 운영자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일종의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들 말을 종합해보면 댓글부대 등 과거 트위터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페이스북으로 지원이 옮겨간 것으로도 보인다.
구속 만기를 엿새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78차’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야기가 돌긴 했다. 전경련 등 기존 우파 지원 단체들이 홍보비 명목으로 할당된 돈 일부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파 성향 게시물을 올려주는 대가로 돈을 줬다는 이야기였다. 강연 등을 명목으로 돈을 챙겨줬다고도 들은 바 있다. 일부 페이스북 운영자는 정보기관 관계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주도로 2014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해 68억 원을 대기업에서 걷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 정부에서 특정 보수단체 지원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벌어졌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SNS가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것은 아니다. 검찰은 MB정부에서 국정원이 최대 48개에 달하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이들에게 70억 원가량의 국가 예산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지난달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MB정부가 아닌 박근혜 정부에 좀 더 집중돼 있고, 소위 ‘댓글부대’처럼 국정원 등 사정기관이 직접 개입해 운영한 것과 달리 기존 매체들을 활용했다는 점 등이 기존 수사와 다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한 고위 인사는 “정보기관 차원에서 보수단체뿐만 아니라 온라인 단체도 적극 지원했다는 의심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대선은 트위터 중심의 SNS 활동이 가장 컸었다. 트위터를 적극 관리했고 페이스북도 꽤 활발히 활동했고 캠프 몇몇 인사들이 관여하고 지원하던 게 많았다. 지금 보면 자신들은 안했다고 주장하는 댓글부대도 수사로 밝혀진 상황을 비춰볼 때 관제데모, 보수시민단체 지원에 이어 온라인에서는 어느 쪽에 자금이 지원됐고 그들과 관계된 전, 현직 의원들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수사되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