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다. 첫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진영 민주당 의원은 2013년 3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높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고 그림 등 비가격 규제뿐 아니라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임 후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다.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율 상승효과는 미미한 반면, 담배 회사들의 수익성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진 의원 후임으로 발탁된 문형표 전 장관도 담뱃값 인상에 적극 나섰다. 2014년 9월 2일 문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인식이 모아졌다고 생각한다. 가격 인상 폭은 최소 2000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격적인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다.
2014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흡연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예방과 금연대책을 확실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담배는 가장 대표적인 건강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다.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4대 중증질환 등 탄탄한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연과 같은 질병 예방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정치권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담뱃값 인상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2015년 1월 담뱃값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금연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의 ‘담뱃값 인상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7% 감소했지만 그해 7월부터는 평균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는 예상치를 넘어섰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8조 9132억 원의 세수를 더 확보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증세액인 5조 5600억 원보다 3조 3532억 원이 더 많은 액수다. 금연 효과는 미미하고 세수만 늘어나 사실상 서민 증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게다가 2015년 담뱃값 인상 뒤 점유율 상위 3개 담배 회사인 KT&G, 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3개사 모두 안정적인 흑자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담배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KT&G의 경우 2016년 매출액 2조 9681억 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대비 2256억이 증가했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1조 873억 원으로 인상 전 7470억 대비 3403억 늘어나 45% 증가를 나타냈다.
BAT의 경우 2016년 당기순이익은 137억 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 2014년 96억 원 손실에서 2년 사이 233억의 순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2016년 당기순이익은 1597억 손실로 나타났으나, 이는 지난해 2817억의 담배 소비세 징수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영업 이익은 996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반면 담배 회사들은 여전히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은 세금이 일반 담배에 비해 적은 전자 담배 소비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이 10월 10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전자담배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전자 담배 수입은 약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담뱃값 인상 후 2015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전자 담배 용액 수입량은 약 243톤(160억 원어치)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3년간 대비 152톤(93억)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8월까지 수입된 니코틴 포함된 전자담배 용액의 경우 약 61톤(32억)으로 지난해 22톤(19억) 대비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 키트 수입량 역시 담뱃값 인상 후 2017년 8월까지 269톤(256억)으로 인상 전 지난 3년간 대비 96톤(113억) 늘어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금이 높은 일반담배 대신 상대적으로 싼 전자담배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국민 건강 챙기지 못하고 서민들에게 세금만 더 걷어간 담배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