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의 자회사 테이팩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한솔그룹 사옥. 일요신문DB
테이팩스는 다음 달 내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10월 17, 18일 수요예측 후 24, 25일 결과에 따라 청약만 하면 된다”고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한솔케미칼이 테이팩스를 인수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속 상장으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4월 사모투자사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며 IPO(기업공개) 의무 기한을 2020년으로 설정, 일정상 아직 상장 추진이 급한 것도 아니다.
한솔케미칼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중 일부 상환과 시설 설비투자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의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테이팩스에 함께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 측에서 빨리 상장하기를 원해서”라며 상장 이유를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투자사는 5년 이내에 매출을 끌어 올려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상장해 투자금과 수익을 거두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이팩스의 지난해 매출은 1120억 원으로 인수 이전인 2015년 매출 1136억 원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이러한 이유로 테이팩스 상장을 한솔그룹 내 분리 경영 움직임과 연결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테이팩스 상장과 더불어 한솔케미칼의 규모를 키워 계열분리를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솔그룹은 크게 그룹지주사인 한솔홀딩스와 한솔케미칼을 두 축으로 나뉜다. 이인희 한솔 고문의 삼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한솔홀딩스 최대주주로서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한솔케미칼만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나 조동길 회장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있다.
한솔케미칼 최대주주는 14.47% 지분을 갖고 있는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다. 더욱이 그룹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한솔케미칼 회장직만은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조동혁 명예회장과 조동길 회장의 자녀들 역시 각각 한솔케미칼과 한솔홀딩스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한솔그룹이 장남 조동혁 명예회장 일가의 한솔케미칼과 삼남 조동길 회장의 한솔그룹으로 분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테이팩스의 인수·상장은 조동혁 명예회장의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입사한 조 부사장은 한솔그룹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경영에 뛰어들었다. 조 부사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 조동길 회장의 외아들 조성민 씨가 한솔홀딩스 과장으로 입사했다. 반면 조동혁 명예회장의 차녀 희주 씨와 장남 현준 씨, 조동길 회장의 장녀 나영 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걸로 확인됐다.
조연주 부사장은 지난 9월 19일까지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한솔케미칼 지분을 매입해 현재 2316주(0.02%)를 보유하고 있다. 조동길 회장(8.93%)과 조성민 과장(0.58%)도 지난해 말까지 한솔홀딩스의 지분을 계속 늘려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솔그룹의 승계작업이 앞으로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 11위였던 한솔그룹이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크게 무너지면서 승계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덩치가 비슷한 기업들과 비교해 승계작업이 늦어진 만큼 마음이 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솔케미칼 사내이사직과 테이팩스 사내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던 조 부사장은 지난 2월 테이팩스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에서 모두 사내이사로 있는 걸 자제해달라는 권고가 있었다”며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력사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