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해당한 왕자메이. | ||
이 소동의 발단이 된 사건은 지난 5월 9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15세 소녀가 원조교제 상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은 시신의 일부를 돼지고기라고 속여 정육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홍콩 사람들은 80년대 마카오를 괴담으로 몰아넣었던 ‘팔선반점 인육만두’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마카오 해안가에서 팔선반점 종업원의 토막난 팔이 발견되고 팔선반점 관련자들 약 10명이 행방불명됐는데 이들이 ‘음식 재료’로 쓰였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던 것. 반점 주인은 결국 살인혐의로 체포됐고 감옥에서 자살한 바 있다.
이번에 홍콩의 주룽지구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소녀의 이름은 왕자메이. 평소 행실이 모범적이고 공부도 잘하는 우등생이었는데 학비를 내지 못해 올해 초 학교를 자퇴했다.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왕자메이는 폐품 수집을 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던 어머니를 돕기 위해 원조교제라는 위험한 돈벌이에 뛰어들게 됐다.
처음에는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시작한 것이었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1500홍콩달러(약 20만 원)를 벌 수 있는 원조교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동급생에 따르면 그녀의 휴대폰은 언제나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객 중 한 명이었던 조직폭력배인 틴체타이를 만나면서 그녀의 짧은 인생은 끝이 났다. 경찰 조사에서 틴체타이는 “섹스를 하다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저지른 후 그가 시체를 처리한 과정을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는 시체를 참혹하게 절단해 이곳저곳에 유기한 후, 손발의 일부만 ‘돼지고기’라고 속여 정육점에 팔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돼지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정육점에서 구분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 인육을 판 이유에 대해 그는 “돈이 되니까”라고 간단히 대답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인육을 팔기 전에 희생자의 목걸이를 금은방에 팔아 돈으로 바꾼 사실이 이미 드러난 상태였다.
그렇다면 ‘인육’은 과연 최종 소비자의 손에까지 들어간 걸까. 언론의 끈질긴 추적으로 인해 ‘인육의 일부가 시중에 판매됐다’는 게 거의 기정사실처럼 굳어진 상태다. 홍콩 사람들은 이와 관련 경찰이 그동안 인육 시판 사실을 감추려 했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