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자들에게 둘러싸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낙점됐지만 그와 관련된 루머들이 속속 터져나와 그의 대선가도가 평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 ||
오히려 최근에는 부인 미셸이 연루된 흑색 선전까지 퍼졌다. 지금까지 오바마 측을 둘러싼 루머들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까닭에 주로 인종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서 미셸 부인 역시 과거에 백인을 비하하는 연설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오바마가 자서전에서 직접 밝혔던 마약 흡입과 관련된 소문도 최근 다시 불거졌다. 어쩌면 그가 “한때 방황해서 잠시 마약에 손을 댔다”고 고백했던 것과 달리 사실은 상습적인 마약 중독자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황당한 소문은 오바마의 섹스비디오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다. 이 섹스비디오에 대한 소문은 현재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진위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5월 9일 한 저속한 웹사이트에 ‘버락 오바마의 칼리지 섹스테이프’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며칠 만에 3만 4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이 동영상은 대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파티에서 여성들과 뒹굴면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동영상 속의 남자들 중에는 분명 오바마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흑인 남성이 있었다. 추측하건대 동영상에서 지목한 오바마라는 인물은 바로 이 남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날짜나 장소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으며, 오바마가 다녔던 컬럼비아 대학이나 하버드 로스쿨이란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영상은 ‘오바마의 섹스비디오’라는 명목 하에 온라인에서 한때 화제가 됐으며, 비디오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히 오바마와 비슷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증언했다.
소문이 확산되자 이 동영상은 즉시 삭제되었으며 현재로선 인터넷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상태다. 하지만 공화당 측에서 이미 이 동영상을 손에 넣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현재 미 정가에서는 이 동영상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한 정계 관계자는 “이 동영상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인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비록 동영상이 가짜일지라도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흑색 선전을 퍼뜨리는 게 임무인 몇몇 당원들이 이 동영상의 존재설을 부채질하면서 소문을 퍼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최근 미 연예전문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전문가들에게 이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의뢰한 결과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오바마가 아니다”라는 답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뉴욕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동영상 속의 인물은 오바마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짜 오바마는 약간 앞니가 뻐드렁니인 반면 동영상 속 남성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피부 색깔도 약간 차이가 있고, 눈썹 모양도 다르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보통 나이가 들면서 코가 펑퍼짐하게 퍼지기 시작하는데 대학생 또래로 보이는 동영상 속 인물의 코는 이미 퍼져 있는 듯 보인다. 이 말인즉슨 이 동영상이 어떤 의도 하에 제작된 가짜 동영상이라는 이야기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디트로이트의 성형외과 전문의의 경우에는 “오바마라고 의심되는 동영상 속 인물의 귓불은 진짜 오바마의 귓불보다 더 긴 편이다. 또 콧날도 다르게 생겼다”고 말하면서 동영상 속 인물은 오바마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이 동영상이 정말 오바마의 학창시절을 담은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 중요한 건 오바마를 비방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스캔들이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오바마 본인으로선 현재 이 소문에 대해서 아무런 대꾸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섹스비디오’라는 워낙 민감한 소재인 데다 행여 언급이라도 했다가는 더 큰 스캔들로 번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오바마를 괴롭히고 있는 소문은 마약과 관련된 것이다. 1995년 출간된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오바마는 “마약중독자, 뽕쟁이. 흑인 청년인 내가 가고자 하는 최종적인, 그리고 치명적인 기착지가 그것이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증명하려고 애썼다”고 기술한 바 있다. 불우했던 청년 시절 자신이 마리화나, 코카인을 흡입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오바마는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마약을 복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 오바마의 아내 미셸. | ||
하지만 최근에는 이 모든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의혹이 퍼지기 시작했다. 자서전 속에 등장하는 오바마의 친구이자 마약 밀매꾼이었던 ‘미키’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소문도 제기됐다. 만일 ‘미키’가 입을 열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미 공화당 관계자가 ‘미키’라는 인물에게 접근해서 오바마의 비밀에 대해서 폭로하는 책을 출간하는 대가로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제시했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미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오바마의 자서전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미키’는 헤로인 주사를 눈 감고도 쉽게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당시 함께 일하고 있던 정육점 뒤편에 위치한 냉동창고에 들어가 있었다. ‘미키’는 살라미와 구운 햄 더미들 사이에 서 있었으며, 그의 주위에는 주사바늘과 튜브 등 헤로인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이 광경을 보자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진주처럼 빛나는 둥근 공기 방울이 혈관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오바마는 당시 헤로인 주사를 맞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것이 사실인지에 대해 ‘미키’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적어도 공화당 측은 ‘미키’의 주장은 분명히 오바마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 역시 “실제 헤로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헤로인을 복용한 후의 느낌을 저렇게 생생하게 표현하겠느냐”면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흑색 소문에 휩싸인 것은 비단 오바마뿐이 아니다. 부인 미셸 역시 최근 백인을 비하하는 연설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공화당 측 인사 몇몇이 이미 이와 관련된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으며, ‘미셸 오바마의 화이티 비디오’라는 제목까지 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이티(Whitey)’란 백인을 비하하는 속어로써 ‘흰둥이’를 의미한다.
2004년 6월 26일~7월 1일 사이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영상에서 미셸은 오바마 부부가 다니는 ‘트리니티연합교회’를 방문해서 30분 동안 연설을 했다. 동영상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미셸은 흑인 이슬람 단체인 ‘이슬람국가’의 지도자 루이스 패러칸의 부인과 함께 나란히 서서 백인을 경멸하는 투의 설교를 했다.
뿐만 아니라 미셸은 동영상 속에서 ‘미국의 사탄’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며, 미국이 아프리카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를 강한 어조로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행사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소수민족이 대량 학살당한 데 대해서는 클린턴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청중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미셸은 더욱 신이 나서 백인들을 비난하는 말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동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이 동영상의 존재 여부에 대해 논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기사와 정보만 다루는 전문 웹사이트(whiteyvideo.com)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지난 5일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이 소문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전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메일을 통해서 추잡한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 말이다. 이런 소문들은 결국 기자 여러분들이 내 앞에서 직접 질문을 던지게 될 때까지 끈질기게 퍼져 나간다”고 말하면서 “혹시 누군가 나나 내 아내가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 그렇게 소문을 퍼뜨리도록 내버려둬라”고 과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이런 게임에 말려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언론의 본분은 이런 근거 없는 야비한 소문들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연 이런 흑색 선전들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거부하는 안티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 경선에서 승리한 후 한숨 돌린 오바마가 과연 11월 대선까지 남은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많은 미국인들이 주의 깊게 지켜 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