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객 맞을 채비 박차, 민관학 협력으로 서식지 보전, AI 청정지역으로 종 보전에 기여
[순천=일요신문] 박칠석 기자 = ‘겨울 진객’ 흑두루미가 올해 전남 순천만에 얼마나 찾아오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흑두루미영농단이 기다리는 흑두루미 수는 ‘2천여마리’다. 흑두루미영농단은 흑두루미 도래시기가 가까워지자 ‘진객’ 맞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 시조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돼 있다.
전 세계 15종의 두루미류 중에서 오랫동안 번식지가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다가 1974년경에 러시아에서 번식지가 발견됐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 중부의 퉁구스카강, 레나강과 아무르강 하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소택지와 숲이 우거진 늪지대에서 번식한다.
세계적으로 흑두루미의 서식지는 가뭄, 댐건설, 도시확장, 농지개간, 화학비료 사용으로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생존개체수가 1만6천마리로 추정되는 흑두루미는 80% 이상이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하고, 한국의 순천만과 중국 등에서 월동한다.
전세계 개체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월동지 7개소 중 일본 이즈미시와 한국의 순천만을 제외하고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순천만에는 매년 1천700마리 이상이 월동하는데, 10월 중순에 도래하기 시작해 이듬해 4월초까지 약 6개월 가량 머문다.
일본 이즈미시는 전 세계 개체수의 80% 이상이 집중되면서 AI 등 질병 발생에 따른 집단 폐사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순천만 개체수 증가는 흑두루미 종보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순천만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은 90년대 후반부터 20년 넘게 노력한 지역민과 시민단체, 순천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민관학이 협력해 천연의 자연성을 유지한 월동지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흑두루미 도래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흑두루미영농단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주말도 반납하고 쉼없이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59ha)에서 벼 수확에 한창이다. <순천시 제공>
◇ 흑두루미를 기다리는 흑두루미영농단
2017년 가을, 흑두루미 도래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흑두루미영농단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주말도 반납하고 쉼없이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59ha)에서 벼 수확에 한창이다.
흑두루미영농단은 2009년부터 흑두루미를 포함한 겨울철새의 안전한 서식지 조성을 위해 친환경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겨울철이면 차량 불빛 차단용 갈대울타리를 설치하고 철새지킴이로 활동한다.
서동원 흑두루미영농단 단장은 “흑두루미는 매년 10월 20일 전후에 ‘꾸루꾸루~ 꾸루루~’ 노래를 부르며 순천만에 도착한다”며, “순천만 가을은 흑두루미를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며, 흑두루미가 도착하기 전에 빨리 추수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순천만 흑두루미 도래시기를 분석한 결과 도래 초기인 10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개체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6년 10월말에 이미 1천마리 이상 개체군이 월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흑두루미 도래 초기는 월동지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장거래 이동에 따른 피로를 풀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농로 안으로 차량이나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철새지킴이 활동은 흑두루미 개체수 증가에 기여한 바가 크다.
◇ AI로부터 안전한 순천만습지
순천만습지는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내 고병원성 AI에 대비하여 10월부터 상시적인 AI방역시스템을 구축하였다.
10월 1일부터 순천만 탐방객의 차량 및 대인소독을 강화하고, 추수가 끝나면 주요 철새 서식지의 농로입구를 차단하고 현장예찰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철새 먹이나누기는 야생조류의 면역력 증진과 철새 분산을 막기 위해 올해도 예년과 같이 추진한다.
국내외 주요 철새도래지와 AI 발생 현황 등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습지센터 등 조류 전문가 자문을 강화하여 효율적이고 안전한 서식지 관리에 나선다.
선제적인 고병원성 AI 차단을 위해 일본 이즈미시와 흑두루미 서식지 정보 공유도 확대된다.
순천시는 지난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일본 가고시마현과 이즈미시 후원으로 일본 가고시마대학교에서 개최된 ‘이동성조류 질병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순천만 흑두루미 도래현황과 AI 방역 체계를 발표한 바 있다.
심포지엄에서 이즈미시와 순천시는 흑두루미 개체군 변화, 서식지 위협 요인, 고병원성 AI 등 질병 발생상황을 공유하고 공동 협력을 약속했다.
순천만관리센터 장영휴 소장은 “순천만습지의 방역과 농로주변 차량통제는 탐방객의 안전과 고병원성 AI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주민과 탐방객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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