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10월 11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임준선 기자
강원도에 거주하는 주 아무개 씨는 근로소득이 있음에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신청해 7100만 원의 지원을 받아오다 적발됐다. 중위소득 50% 이하인 사람에게 기초생활보장을 해주는 기준을 악용해 허위신고를 했던 것이다. 주 씨는 지금까지 420만 원을 환급했지만 아직 6700만 원은 내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최 아무개 씨는 배우자와 위장이혼을 하고 부양의무자가 없는 것으로 신고, 6500여 만 원에 해당하는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다가 적발됐다. 지금까지 190만 원만 환급했을 뿐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 아무개 씨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지만 없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기초생활보장대상자로 지원받았다. 자동차가 있으면 대상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씨는 총 3700만 원을 받았고, 210만 원을 토해냈다.
부산에 사는 임 아무개 씨는 부양의무자와의 관계가 단절됐다며 허위 신고해 3900만 원을 받았다. 전남에 사는 황 아무개 씨는 금융재산이 있었으나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3400만 원을 부정수급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복지 부정수급 사례다.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원장 임병인) 관계자는 “부정수급 사례 가운데 70~80%가 소득자산을 낮춰서 신고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생활보장 복지급여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설령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어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중 4인 가구 중위소득 50% 이하 소득 또는 5400만 원(2017년 기준) 이하의 재산(대도시 경우)을 보유한 자가 받을 수 있다. 2017년의 경우 중위소득 4인 가구기준 50% 소득은 223만 3690원이다. 이들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을 지원받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초생활수급자 관련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6년의 경우 수급 인원은 일반 수급자 144만 9832명과 시설 수급자 8만 5118명을 합쳐 153만 4950명이었다. 2016년엔 일반 수급자 153만 9539명과 시설 수급자 9만 1075명을 합쳐 163만 614명으로 9만 5664명 증가했다. 이 기간 재정 지출 규모는 2006년 4조 9618억 원이던 것이 2015년에 8조 5290억 원으로 2배 증가했다.
기초생활보장 복지급여를 부정한 방법으로 타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다. 10월 2일 사회보장정보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생활보장 복지급여를 받다 적발돼 환수가 결정된 금액이 65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수급을 이유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2012년 105억 3100만 원에서 2016년 211억 9000만 원으로 2012년 대비 기준 2배가량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부정 수급한 급여를 제대로 환수해야 하지만 환수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73.2%의 환수율은 2016년 55.9%까지 떨어졌다.
‘어금니 아빠’의 경우처럼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고액 자산 보유 의혹이 제기되는 가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11일 보건복지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초생활수급자 재산 현황’에 따르면, 현재(2017년 6월 기준) 예금 등 금융재산 1억 원 이상 보유 가구는 396가구에 달했다.
금융재산 보유자 가운데 1억~2억 원 보유 가구가 368가구로 가장 많았고, 2억~3억은 17가구였다. 3억 원 이상도 11가구나 됐다. 4억 5000만 원 이상 금융 재산을 보유한 가구도 있었다. 자동차 2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4100가구, 2억 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가구 또한 123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경우 가구 특성이나 차량 종류에 따라 산정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어 3대 이상 보유 가구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이례적으로 자산이 많은 가구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하며 혹여나 모를 ‘제2의 어금니 아빠’ 형태는 없는지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의 행정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정 수급은 기본적으론 급여를 집행하는 중앙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관련된 행정적 능력들을 향상시키는 것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복지급여 확장이 단기간에 빠르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행정적 체계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제도를 보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기초보장제도를 나가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급여를 보충 받아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가 있다. 이런 종류의 제도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