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썸네일
한국당 지지자들은 홍 대표의 ‘사이다 발언’을 너도나도 공유합니다. 홍 대표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10월 17일 현재 약 6만 명. 평균 1000명의 누리꾼들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홍 대표가 보수 진영의 ‘페북스타’으로 떠오르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일요신문>i는 홍 대표 페이스북에 관한 은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페이스북으로 정치적 입장을 자주 밝히는 제1야당 대표가 맞춤법을 상습적으로 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 대표가 ‘한글파괴’를 자행(?)하고 있다는 제보입니다.
제보를 토대로 홍 대표의 대표 취임 직후 지금까지 페이스북 게시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홍 대표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한글맞춤법’을 심하게(?)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일요신문i>가 ‘홍준표 맞춤법 망신살 사례’를 단독 공개합니다.
홍 대표가 7월 15일에 올린 게시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대표를 포함해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을 당시 남긴 글입니다. 홍 대표는 모든 사안마다 속 시원하게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술술 읽힙니다. 이 게시글에 누리꾼 2244명이 ‘좋아요’를 누른 까닭이겠죠.
하지만 빨간색 동그라미가 보이시나요? ‘최류탄’은 표준어가 아닙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최루탄’이 맞습니다. ‘꺼꾸로’와 ‘정락적’도 표준어가 아닙니다. ‘거꾸로’와 ‘정략적’이 맞습니다.
글에서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묻어납니다. 하지만 3개의 맞춤법 실수가 보이는 순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혹자는 “이 정도야 뭐,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키보드 자판을 잘못 두드려서 나타난 실수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홍 대표는 전날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꺼꾸로 미국 측이 불공정 협정이라고…”라며 ‘꺼꾸로’라는 표현을 또 사용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최근에도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꺼꾸로 국익 시험대에 올랐습니다”며 맞춤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맞춤법 망신살’ 흑역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당 대표 당선 소감을 페이스북에서 밝힌 첫날부터 맞춤법의 불행이 시작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어려운 난관’은 맞춤법에 맞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난관(難關)에서 ‘難’은 ‘어렵다’, ‘關’은 ‘관계하다, 관문’이라는 뜻입니다. 난관 앞에 ‘어려운’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잉여적 표현으로 의미가 중복됩니다. ‘미리 예고’ ‘개인적 사견’와 다르지 않습니다.
홍 대표는 또 “혁신에는 반듯이 구세력들의 저항이 따릅니다”라고 했습니다. ‘반듯이’는 ‘작은 물체 또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라는 뜻입니다.
‘틀림없이, 꼭’이라는 의미일 때는 ‘반드시’로 적고, ‘반듯하다’의 의미가 살아 있으면 ‘반듯이’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혁신에는 반드시 구세력들의 저항이 따릅니다”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홍 대표의 ‘맞춤법 망신살’은 고칠 수 없는 습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7월 11일 홍 대표는 MBC 사태를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고했습니다. 글 분위기는 사뭇 엄중하고 진지합니다.
그러나 ‘통제 할려고’는 ‘통제하려고’, ‘MBC마져’는 ‘MBC마저’로 고쳐 써야 합니다. 맞춤법을 너무 지키지 않았네요.
‘하십시요’ 역시 ‘하십시오’가 맞는 표현입니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십시오’에서 ‘시’의 ‘ㅣ’ 모음 때문에 ‘오’가 [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지만, 적을 때에는 어미의 원형을 밝혀 ‘오’로 적어야합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홍 대표가 사용한 ‘-요’는 연결형에 쓰입니다. 예를 들면 ‘이것은 책이요, 그것은 펜이요, 저것은 공책이다’ 같은 경우입니다.
즉 ‘-십시요’란 표현은 사전에 없습니다.
홍 대표는 상습적으로 실수를 반복해왔다는 사실을 증거로 보여드립니다.
‘할려고’라는 표현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려고’로 써야 맞습니다.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는 ‘-ㄹ려고’가 아니고 ‘-려고, -으려고’ 입니다. ‘가다’는 ‘가려고’로, ‘먹다’는 ‘먹으려고’로 활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홍 대표가 썼던 표현인 ‘볼려는’은 ‘보려는’으로, 할려고는 ‘하려고’, ‘보여줄려는’은 ‘보여주려는’, ‘가질려고’는 ‘가지려고’로 고쳐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7월 17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어 정무수석실에서도 1300여 건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홍 대표는 연속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습니다.
홍 대표의 맞춤법 실수는 계속됐습니다.
도대체 ‘중계리에’라는 표현은 어디서 왔을까요?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중계리’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와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면 중계리’의 지명입니다.
홍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이 전북이나 충남 지역의 중계리에서 선전전을 벌였다는 뜻이 됩니다. 웃픈(?) 표현입니다.
‘벌리다’는 ‘사이를 넓히거나 연다’는 뜻입니다. ‘두 손을 벌리다’ , ‘가랑이를 벌리다’처럼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반면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는 뜻입니다. ‘사업을 벌였다’ , ‘잔치를 벌였다’라고 할 때 씁니다. 즉 ‘선전전을 벌였다’고 고쳐야 합니다.
‘오랫만에’도 ‘오랜만에’로 써야 맞는 표현입니다. 맞춤법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홍 대표의 글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홍 대표는 이튿날인 7월 20일에도 실수를 했습니다. ‘뚜렸합니다’도 잘못된 표현입니다.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아주 분명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뚜렷합니다’로 써야 합니다. ‘꼽다’ 역시 ‘꽂다’의 방언(경상, 전남, 충청, 함경)입니다. ‘칼을 꽂고’가 맞는 표현입니다.
이날 홍 대표는 KBS 방송 프로그램 ‘냄비받침’ 출연 소감을 페이스북에 밝히면서 또 다시 맞춤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걸직하다’는 ‘걸쭉하다’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걸쭉하다’가 맞습니다. ‘걸쭉한 입담’으로 고쳐야 합니다.
홍 대표의 ‘맞춤법 망신살’은 여전했습니다. ‘지리한’은 ‘지루한’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지루하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남’이라는 뜻입니다. 가끔씩 ‘지리한 장마, 지리한 교통체증’으로 표현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유감스런’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표현입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로 고쳐야 합니다.
홍 대표는 외래어 쓸 때도 실수를 범했습니다. 8월 1일 홍 대표는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을 향한 글에서 ‘메시지’를 ‘메세지’로 표기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메시지’가 맞는 표현입니다.
공당의 대표 자격을 의심할 만한 ‘표준법 실수’ 사례도 있었습니다. 홍 대표는 “이 정권의 KBS,MBC 방송 파괴 음모는 민노총 언론노조를 전위대로 내세위 공영방송을 노영 방송으로 장악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내세위’는 국어사전에 없는 표현입니다. 홍 대표는 9월 9일 경찰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쯔쯔쯔’도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홍 대표가 상습적으로 틀리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앞서 홍 대표는 ‘꺼꾸로’라는 잘못된 표현을 자주 써왔습니다. ‘가열차게’도 역시 홍 대표가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가열차게’는 ‘가열하게’로 고쳐 써야 합니다.
‘가열차다’는 ‘가열하다’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싸움이나 경기 따위가 가혹하고 격렬하다’의 의미일 때는 ‘가열하다’가 맞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싸움은 더 가열하였다’라는 문장이 올바른 예시입니다.
홍 대표는 10월 11일 사찰 관련 의혹을 페이스북에서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도 ‘역대급’ 맞춤법 실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사라든지’가 맞는 표현입니다.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등에서 쓰입니다.
‘-든지’는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연결 어미입니다. “집에 가든지 학교에 가든지 해라”가 올바른 예입니다.
홍 대표는 “수행비서가 수사 대상이 될리가 없는데 정치인에 대한 수사라던지 공사임원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라는 문장을 썼습니다. 선택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수사라든지’로 고쳐 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곤욕을 치루다’라는 표현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곤욕을 치르다’가 맞습니다. 또 ‘두루뭉실’은 ‘두루뭉술’로 써야 맞습니다. ‘두루뭉술하다’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철저하거나 분명하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홍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인 7월 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총 60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이중 34개 게시물에서 맞춤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홍 대표는 한국당 대선후보를 지냈고 제1야당의 당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홍 대표가 당장 ‘한글 파괴’ 습관을 고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