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학 회장의 3녀 구지은 아워홈 전 부사장이 이끄는 캘리스코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워홈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6월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아워홈의 실질적 경영은 구지은 전 부사장이 맡아왔다. 그러나 2015년 7월 갑작스레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장에서 보직해임됐다. 아워홈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구 전 부사장의 직설적인 화법과 업무 방식이 기존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안다”며 “2015년 구 전 부사장이 외부인사 영입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구 전 부사장은 지난해 1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또 다시 3개월 후인 4월 외식 관계사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옮겼다.
캘리스코는 사실상 구 대표의 홈그라운드로 평가받는다. 2009년 아워홈의 일식 돈가스 체인 브랜드 ‘사보텐’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캘리스코는 사보텐, 타코벨, 히바린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한다. 구 대표는 2011년 8월~2015년 3월 캘리스코 대표와 아워홈 임원을 겸직했다.
외식업 불황 속에 ‘구지은호’의 캘리스코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캘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639억 원으로 2015년 매출보다 100억 원 넘게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사보텐 매장은 66곳으로 9개를 제외한 모든 매장이 직영점이다. 이밖에도 캘리스코는 지난해 로컬 일식 브랜드 ‘히바린’을 론칭한 데 이어 5월 대구 달성군 88고속도로 논공휴게소의 컨세션 사업을 수주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캘리스코 관계자는 “사보텐만 하더라도 그냥 튀겨내기만 하면 되는 돈가스가 아니어서 품질·식재료 관리 이유로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맹점 사업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캘리스코가 안정적인 매출 성과를 보이면서 구 대표의 아워홈 복귀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구 대표는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하고 있어 구본성 대표(38.56%)에 이어 아워홈 2대 주주다. 구 대표와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언니 구명진 씨(19.6%)와 지분을 합치면 구본성 대표의 지분율을 뛰어넘는다. 여기에 구 대표는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로 지분 46%를 소유하고 있다. 아워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두 자매는 현재 웨딩 장식 업체도 공동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구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이승우 전 아워홈 사장이 임기를 한참 남겨두고 돌연 사직한 것도 구 대표의 아워홈 복귀설에 힘을 보탠다. 이승우 전 사장은 지난 7월부터 천호식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이직 사유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화를 겪던 구 대표와 아버지 구자학 회장 사이에 얼마 전부터 화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고 전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아워홈 관련 모든 직위에서 제외됐던 구지은 대표는 지난해 8월 12일 두 언니와 함께 아워홈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했다. 또 지난해 5월 구 대표는 원래 살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에서 구자학 회장의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단독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의 관계자는 “구 대표가 보직해임 이후 구자학 회장과 확실히 멀어진 모습을 보였는데 얼마 전부터 결혼식, 장례식 같은 자리에 함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아워홈 입장에서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외식 브랜드를 쥐고 있는 구 대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더욱이 2012년부터 정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공공 급식사업 참여에 다양한 규제를 가하면서 아워홈의 매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급식사업의 확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아워홈 환경이 나빠졌다. 지난 9월 5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국내 단체급식 시장 독식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개선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캘리스코의 성장으로 아워홈도 직접적인 혜택을 보고 있다. 급식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워홈의 식음료·식자재사업이 캘리스코의 성장 덕에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67억 원이었던 아워홈과 캘리스코의 매출·매입 거래총액은 지난해 11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캘리스코가 아워홈에서 거둔 매출과 수입임대료는 2013년 대비 8억 원가량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아워홈이 캘리스코로부터 거둔 매출은 4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구 대표가 아워홈 재직 당시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컨세션 사업이 안정적으로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도 경영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컨세션 사업이란 쇼핑몰, 공항, 휴게소 등 다중 이용 시설에서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구 대표는 아워홈의 신사업 발굴을 목적으로 2015년 7월 CJ푸드빌, SPC그룹이 각축을 벌이던 인천공항에 프리미엄 푸드코트 ‘푸드엠파이어’ 1호점을 열었다.
지난 6월 27일 푸드엠파이어 인천공항점은 세계 공항 식음료 업체들이 경쟁하는 ‘2017 에어포트 푸드 앤 비버리지’ 시상식에서 ‘올해의 푸드코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워홈 다른 관계자는 “푸드엠파이어 인천공항점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얼마 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도 컨세션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며 “제2여객터미널에는 푸드엠파이어가 아닌 신규 컨세션 브랜드 ‘푸디움’이 입점된다”고 말했다.
아워홈과 캘리스코 안팎에서는 구지은 대표의 친정 복귀 분위기가 무르익은 셈이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