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이호철 전 민정수석. 연합뉴스
현재까지 나온 얘기들을 종합하면 이호철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는 점점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을 중심으로 ‘이호철 서포터즈’ 밴드가 결성되고 ‘이호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페이스북 활동이 본격화되는 점 등이 이를 강하게 방증한다. 지난 15일에는 이 전 수석 팬클럽인 ‘뷰티풀부산’ 회원들이 지지 활동에 본격 나섰다.
최근 일어난 에피소드는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설에 더욱 힘을 싣는다. 지난 10일 노무현재단은 노무현대통령 기념관 건립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 후 기념관건립추진단장인 이호철 전 수석과 배우 명계남 씨,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이상호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원조 친노’를 자청하는 인사들이 모여 뒤풀이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에 나서라는 주위의 요구에 딱히 부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반대의견이 있으면 입장을 명료하게 밝히는 그의 성격에 비춰보면 사실상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외에도 이 전 수석은 부산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이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비슷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온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여권 내의 인물난과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 등이 그것이다. 물론 보수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여권이 그 어느 때보다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할 호기가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여권 내의 인물난은 당초 가장 강력한 시장후보로 거론되던 김영춘 장관이 출마를 계속 고사하면서 발생했다. 최인호·박재호 의원 등이 출마의 뜻을 비치긴 했지만 중량감에서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병수 부산시장 간의 잇단 잡음도 여권 내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인사가 후보로 나설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이 전 수석의 출마설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현 여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4월 총선 때 민주당이 18석 중 5석을 차지하며 지역에 확실한 교두보를 놓았고, 지난 5·9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여권의 입장에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할 호기가 된 게 사실이다.
다급해진 건 수성에 나설 처지인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의 경우 서병수 현 시장 외에도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 뉴페이스 영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에서는 김세연 의원 등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있으며,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전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부산 출마를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