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거래된 시신 중 BBC 유명 방송인 앨리스테어 쿡도 포함돼 있었다. | ||
이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발간되어 파장을 일으켰던 책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의 제목이기도 하다. B급 호러영화 제목처럼 들리지만 이런 ‘은밀한 거래’는 지금 현재 뉴욕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거래’란 장례식장에서 비밀리에 시체의 조직, 즉 뼈 인대 힘줄 피부 혈관 각막 등을 떼어 내어 마치 소나 돼지처럼 부위별로 팔아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이 사실은 끔찍한 도축장이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뉴욕의 한 법정에서는 불법으로 시체를 거래한 혐의로 기소된 장의사 한 명이 징역 2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장의사가 포함되어 있던 이른바 ‘재단사(cutter)’라는 이름의 ‘시체 조직’은 지난 5년간 무려 1077구의 시체를 불법으로 거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거래된 시신 중에는 BBC 방송의 유명 진행자였던 앨리스테어 쿡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 주었다.
쿡이 지난 2004년 95세 나이로 폐암으로 숨졌을 때만 해도 유족들은 고인의 시체가 그렇게 잔인하게 파헤쳐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역의 믿을 만한 장의사에게 장례식 절차를 맡겼다고 생각했을 뿐 이곳이 사실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도축장’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쿡의 시체에서 적출된 부위는 다리와 팔, 골반 등의 뼈였다. 절단한 부위에는 대신 플라스틱 파이프를 끼워 넣었다. 유족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발목 위까지만 절단했기 때문에 바지를 입혀 놓으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절단된 다리와 팔은 플로리다의 ‘리제너레이션 테크놀로지’라는 조직재생회사에 1만 1000달러(약 100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조직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시체 도굴’이 유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행해졌다는 점, 사망진단서와 장기기증서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점, 그리고 쿡의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건강한 조직’으로 둔갑해서 팔려 나갔다는 점 등이다. 보통 시체의 조직이 병원이나 대학연구소, 제약회사, 의료기구회사 등에 연구 목적이나 수술 목적으로 팔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쿡의 경우 사망 진단서의 사인란에는 ‘폐암’ 대신 ‘심장마비’로 적혀 있었다. 위조된 것은 비단 사인뿐만이 아니었다. 나이도 95세가 아니라 85세로 위조되어 있었으며, 사망 시각도 자정에서 오전 6시 45분으로, 그리고 심지어 쿡의 주민번호나 담당의사 이름, 보호자 이름 등도 모두 거짓으로 적혀 있었다.
이 ‘시체 조직’의 중심에는 ‘바이오메디컬 티슈 서비스’라는 회사가 있었다. 전직 치과의사였던 마이클 마스트로마리노(44)가 설립한 이 회사는 장례업자로부터 불법으로 시체의 조직을 구입한 후 세계 각지의 병원이나 조직은행 등 합법적인 회사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마스트로마리노가 이 사업을 통해 부당하게 취한 이득은 약 600만~1200만 달러(약 60억~12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시체 한 구당 적게는 1만 달러(약 1000만 원)에서 많게는 1만 5000달러(약 1500만 원)씩을 챙겼으며, 값을 더 받기 위해서 의료기록이나 사망진단서 등을 위조하는 일도 빈번했다.
현재 그는 지난 2005년 불법으로 수천 구의 시체에서 1만 3000여 개의 신체조직을 떼어내서 판매한 혐의로 체포된 상태며, 법정에서 최고 54년 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그는 “시체를 통째로 파는 것보다 부위별로 잘라서 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가령 통째로 팔면 1000달러(약 100만 원)인데 비해 부위별로는 다리나 팔 5000달러(약 500만 원), 골반, 힘줄, 인대 각 5000달러, 피부 5000달러 등 가격이 따로 매겨지기 때문에 시체 한 구당 최고 2만 달러(약 2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수술시 사용한 장갑이나 도구들을 시체 안에 함께 넣어서 봉합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암이나 결핵, 간염 등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시체들의 조직도 거침없이 팔아 넘겼다. 물론 시체의 신원을 추적할 수 없도록 인적사항이나 의료기록 등도 철저하게 위조했다.
하지만 사실 이와 같은 ‘시체 장사’는 미국에서는 이미 양지와 음지에서 모두 성행하고 있는 10억 달러(약 1조 원) 정도의 꽤 규모가 큰 산업이다. 시체의 조직은 과학 및 의학 발전을 위한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단지 불법으로 거래될 때가 문제일 뿐 자의로 기증할 경우에는 이보다 더 소중한 자료도 없는 것이다.
시체의 조직들은 보통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약품 개발 및 성형수술에 사용되거나 혹은 환자들에게 이식되는 등 다양하고 유용하게 사용된다. 가령 특히 수요가 많은 뼈는 골절 부위를 치료하거나 척추수술을 하는 데 사용되고, 혈관은 심장수술 시 대체혈관으로 사용되며, 연골 조직은 얼굴 성형수술에, 피부는 화상 입은 피부의 재생에, 콜라겐은 주름살 완화 등에 사용되는 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매년 공급자는 2만 5000여 명에 불과한데 비해 수요자는 수백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시체를 도굴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집 없는 어린이들이 납치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어린이들을 납치해서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04년에는 UCLA대학 주변에 위치한 LA의 빈민가인 ‘스키도 로우’ 지역의 노숙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이상하게도 UCLA 재학생들이 실종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어네스트 넬슨이라는 장기 밀매꾼과 UCLA 대학의 ‘윌드 바디 프로그램’의 디렉터였던 헨리 리드가 체포되자 사람들은 이를 심상치 않게 여겼다. 넬슨은 당시 리드에게 70만 달러(약 7억 원)를 건네고 UCLA 대학의 시체 보관소에 불법으로 출입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시체 보관소에는 의과대학의 실습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신들이 보관되어 있었으며, 당시 넬슨은 이 곳에서 800구의 시체에서 장기를 적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르긴 몰라도 ‘시체 조직’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지하에서 성행 중이며, 지금도 불법으로 거래된 시체의 조직을 사용한 약품이나 의료품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미국인들은 “어쩌면 앞으로는 일일이 관 뚜껑을 열어보고 시신이 온전한지 눈으로 확인한 후에 고인을 떠나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