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전 모습. | ||
하지만 이들의 죽음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데에는 사실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들이 죽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일종인 이러한 ‘생존설’은 유명인이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은 경우 종종 회자되곤 해왔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세상 어딘가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그럴싸하게 생존설에 휘말린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엘비스 프레슬리라 할 것이다.
사망 30주기였던 지난해에는 한 영화제작자가 아예 현상금까지 걸어 놓기도 했다. 프레슬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제보하는 사람에게 상금 3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제작한 ‘엘비스 찾기’ 웹사이트(elviswanted.com)에는 70세가 된 백발의 프레슬리 합성 사진이 공개되어 있다.
프레슬리가 죽어서도 이렇게 살아있는 대접(?)을 받는 데는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한몫하고 있다. 가장 수상한 점은 묘지 비석의 철자다. 프레슬리의 출생 신고서에 적혀 있는 이름은 엘비스 아론(Aron) 프레슬리다. 하지만 비석에는 중간 이름인 ‘Aron’이 ‘Aaron’으로 잘못 적혀 있다. 소문에 따르면 프레슬리의 아버지인 버논 프레슬리가 아들의 ‘가짜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며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새겨놓았다고 한다. 사실 당시 버논의 수상한 행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전쟁 참전용사들의 사망 시에 제공되는 미 성조기를 거부했는가 하면, 친한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고 일주일 후 집으로 찾아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프레슬리가 누워있던 관과 시체가 가짜였다는 주장도 여전히 의혹에 싸여 있다. 당시 관에 누워있던 프레슬리의 얼굴을 직접 봤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건 엘비스가 아니었다. 시체라기보다는 밀랍인형 같았다”고 증언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특히 눈썹과 볼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또한 관의 무게도 수상했다. 사망 당시 프레슬리의 몸무게는 115㎏이었는데 관의 무게는 77㎏에 불과했다는 얘기가 나돈 것. 반면에 오히려 관이 너무 무거웠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관의 무게가 대략 400㎏이 넘을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무거웠다는 것이다. 이에 유가족들은 더운 날씨에 혹시 시체가 부패될까 염려되어서 관 안에 에어컨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도 수상한 점은 있다. 도대체 유가족들은 어떻게 그가 갑자기 사망한 바로 다음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특수 제작한 관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그것이다.
또한 프레슬리의 사망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에는 멤피스 공항에서 프레슬리와 닮은 남성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존 버로우’였는데 이는 프레슬리가 생전에 자주 사용하던 가명이었다. 이 남성은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행 비행기를 타고 사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 마릴린 먼로가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녀가 케네디 형제와의 불륜 관계로 협박 당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신분을 가장한 채 숨어버렸다고 주장한다. 왼쪽 작은 사진은 그녀의 묘지. | ||
그렇다면 마릴린 먼로가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떨까. 먼로의 생존설은 케네디 형제와 먼로의 은밀한 관계에서 시작된다. 생전에 존 F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 형제와 불륜 관계였던 먼로가 “케네디와의 관계를 세상에 폭로하겠다”고 협박당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신분을 가장한 채 숨어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먼로가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녀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숨진 것은 거짓이며, 사실은 어딘가에 숨어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4년에는 클리블랜드에서 먼로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먼로는 현재 배관공과 결혼했으며, 34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더욱 구체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먼로가 캘리포니아에서 한 여성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그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먼로의 정체는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가 동성애자 간의 결혼을 합법화면서 세상에 드러났다고 한다. 미국의 한 타블로이드지가 혼인신고 내역을 일일이 조사하다가 이네스 곤잘레스(72)와 N. J. 베이커(82)라는 동성애 부부의 혼인신고서를 발견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먼로의 출생 이름이 바로 ‘노마 진 베이커’였던 것. 둘은 2008년 6월 17일 산호세의 법정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길로이에서 살고 있다.
90년대 흑인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우상이었던 래퍼이자 가수 투팍의 죽음 역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지난 199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를 타고가던 중 지나가는 갱단에 의해 총을 맞아 죽은 그는 ‘죽었으되 여전히 살아있는’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의 생존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증거를 살펴 보면 소름이 돋을 만큼 그럴싸한 것들도 있다.
첫째, 그가 사망하고 두 달쯤 후에 발매된 새 앨범 <마카벨리(Makaveli)>를 둘러싼 의혹들이다. ‘마카벨리’가 이탈리아의 군사학자였던 마키아벨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키아벨리가 ‘장수가 죽었다는 소문을 거짓으로 적진에 퍼뜨리는 방법을 사용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론을 펼쳤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앨범 표지에는 그가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는 곧 ‘부활’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 96년 숨진 투팍(왼쪽), 죽는 연기 하고 싶다던 카우프만. | ||
셋째, 1998년 11월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에는 여섯 곡의 신곡(투팍이 죽기 전에 만들어 놓은 곡)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가사 내용 중에도 수상한 점이 여럿 발견되었다. 그가 죽은 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버젓이 언급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1998년 개봉된 영화 <아마겟돈>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하면 같은 해 일어났던 ‘덴버 브롱크스’의 슈퍼볼 우승을 축하하는 내용도 있었다.
70년대 미국 코미디계를 주름 잡았던 전설적인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의 경우에는 스스로 ‘죽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떠벌리고 다녔다는 점이 남다르다. 1984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죽은 것처럼 가장했다가 20년 후에 다시 살아 돌아오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흘리고 다녔다.
실제 그는 이런 생각을 반영한 시나리오도 집필했다. 봅 즈무다와 공동으로 집필한 희곡 <토니 클리프톤 스토리>에서 주인공 클리프톤은 47세에 폐암으로 사망한다. 나이만 다를 뿐 사망 원인과 사망한 병원이 카우프만과 완벽히 일치한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생전에 나이를 속이기 좋아했던 카우프만의 실제 나이는 사망 당시 47세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949년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직접 그에게 나이를 물으면 종종 1937년생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료였던 즈무다는 “모두 거짓말이다. 생전에 카우프만과 거짓 죽음에 대해서 상의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는 20년 동안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낼 만큼 모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