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술 기자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체의 개헌논의를 금지하는 호헌조치를 발표하자 정국은 대결국면으로 치달았고,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직선제 개헌이라는 6. 29 선언을 발표했다. 6. 29 선언 주역이었던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서 36.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지난 해 12월부터 불거진 몽양기념관 사태로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가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평군 지방행정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이어 국회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은혜재단 역시 지난 10개월간 수 십건에 달하는 고소고발 사건과 장애인 인권침해, 횡령 등 혐의로 설립자 부부가 구속과 불구속 기소되면서 양평군 행정에 대한 적페청산 요구로 바람 잘 날 없는 형국이다,
몽양기념관과 은혜재단 사태의 핵심은 지방행정 적폐 청산 요구로 판박이다.
몽양기념관 사태 요지는 양평군 행정이 기존 위탁자인 몽양기념사업회를 배제하고 사전에 마을 주민들과 사전 모의를 거쳐 기습적이고 편파적으로 민간위탁 부정행위를 하여 파행운영을 방조하고 있다는 게 기념사업회 측 주장이다.
은혜재단 역시 양평군이 설립자와 경기도퇴직공무원과 사전 모의하여 기존 이사진을 내쫓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게 사태의 핵심으로 두 곳 모두 지방행정 적폐로 인한 파행운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몽양기념관과 은혜재단 사태는 양평군의 지속적인 밀어 부치기식 행정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고, 내년 군수 선거전까지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내년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게 분명해 보이면서 현 지방행정의 집권당인 자유한국당 후보들로서는 골치덩어리로 전락할 게 뻔하다.
몽양기념관과 은혜재단 피해 당사자들은 행정 적폐 청산을 외칠 것이고, 그 행정의 중심엔 자유한국당 김선교 군수가 자리하고 있으니 ‘지방행정 적폐 청산, 반 자유한국당’을 외칠 게 뻔하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후보들로서는 ‘양평 6. 29선언’이라도 해야 될 판이다.
바른정당의 유력한 후보들 역시 자유한국당 후보들에 비해 나을 게 없다, 5선의 정병국 의원이 사태 해결에 나서지 못하면서 도매금으로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몽양기념관 사태 해결을 촉구했지만 정작 양평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은혜재단 사태 역시 지역 정치인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인들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진정 군민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처럼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기가 찰 일이다.
군민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후보들이 보여준 그 동안의 행태를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군민을 위한다는 정치 지망생들이 당장 눈앞에 벌어진 행정 적폐에 대해서는 입 닫고, 눈 감은 행태를 표로서 심판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1987년 당시 중앙정치 상황과 지금 양평의 지방정치 상황이 공통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몽양기념사업회와 은혜재단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과 청와대, 국회 앞 시위를 하는 등 양평군 행정 적폐 청산 요구가 확산되는 작금의 양평정치 상황이 6. 29 선언 당시 중앙정치와 흡사하다는 것.
6. 29 선언 당시 박종철 죽음이 도화선이 됐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몽양기념관과 은혜재단 사태가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양평공사, 쉬자파크, 종합운동장, 행정타운 등 그동안의 행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자유한국당 후보 필패는 불 보듯 뻔하다. 자유한국당 후보들로서는 놀래 나자빠질 일이다.
거대한 둑의 조그마한 구멍이 그 둑 전체를 무너지게 한다. 김 군수가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기간 내내 이 문제가 정치쟁정화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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