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본에서 책 <위선(僞善) 에콜로지 (사진)>를 출간한 자원재료공학 전문가인 다케다 구니히코 교수는 “사람들이 환경에 이롭고 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실천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쓸데없는’ 환경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주간지 <조세지신(女性自身)> 최근호에 실린 다케다 교수의 주장을 따라가봤다.
●비닐봉투보다 장바구니가 더 비효율적이다.
낭비되는 일회용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비닐봉투. 석유 성분이 들어간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후에도 쉽게 분해되지 않아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비닐봉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석유 성분은 어차피 쓸 데가 없어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에 환경에 유해하다. 그렇다면 이를 사용해 비닐봉투를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자원 재활용이라는 면에서는 더욱 효율적인 것이다. 비닐봉투 사용을 줄인다고 해서 석유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비닐봉투를 대신하는 ‘장바구니’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급 합성수지가 석유 소비량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결국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는 비닐봉투를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을 위해서는 더 이롭다고 볼 수 있다.
●일회용 젓가락이 삼림 파괴의 주범은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식당에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는 ‘마이 젓가락 운동’이 한창이다. 그러나 비닐봉투와 함께 자원 낭비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일회용 나무젓가락 역시 알려진 바와는 달리 삼림 파괴의 주된 원인이 아니다.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목재는 건축자재나 가구 등에 사용되고 남는 부분으로 만들기 때문에 ‘나무젓가락 사용을 중지하면 일 년에 몇 만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라는 홍보문구는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다.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이나 위생상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나무젓가락 소비 자체가 환경 파괴의 원인은 아닌 셈이다.
●가전제품 재활용은 유해물질 배출을 증가시킨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냉장고나 세탁기 등의 대형 가전제품을 버릴 때 쓰레기 처리비용 명목으로 소비자가 재활용 비용을 동사무소에 지불하고 스티커를 발급받게 돼있다. 이렇게 버린 가전제품은 전문업체가 수거해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제품을 수리해 개발도상국가에 싼 값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는 가전제품들이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중금속이나 부품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술이 부족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처리되어야 할 가전제품 쓰레기가 다른 나라로 옮겨갔을 뿐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쓰레기 분리수거로 다이옥신 감소 안된다.
다이옥신은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암연구센터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치명적인 환경 호르몬이다. 이 물질은 각종 암은 물론이고 기형아 출산이나 면역 기능 저하와 중추신경계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옥신은 소각로에서 쓰레기가 불완전 연소될 때 생긴다. 그런데 지나친 분리수거는 오히려 쓰레기의 불완전 연소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다케다 교수는 제대로 작동하는 고온 소각로의 경우에는 종이와 플라스틱을 함께 넣어 소각하는 편이 더욱 소각 효율이 높다고 한다. 결국 쓰레기를 미리 힘들게 구분해놓은 다음에 소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 차라리 모두 함께 소각한 후 타고 남은 금속 종류를 골라내어 재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