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의 출생과 관련 갖가지 악소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오바마 측은 출생기록부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뉴시스 | ||
요즘 미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뜬금 없이 ‘오바마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들이 번지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47)의 ‘출생기록부 진실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오바마의 출생지가 미심쩍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케냐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바마는 미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35세 이상의 미국땅에서 태어난(natural born) 미국 시민권자’라는 대선 출마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일까. 이상하게도 오바마 측은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출생기록부를 공개하길 꺼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들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오바마의 복잡한 가족사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려 여덟 명의 이복 남매를 두고 있는 만큼 남매들과 얽힌 악소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때 매형이었던 한 영국인 남성이 오바마 가족의 추잡한 비밀을 폭로하는 자서전을 출간하겠다고 밝혀서 오바마 측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지난 6월, 휴스턴에 위치한 아프리카인이 운영하는 한 온라인 사이트(www.usafricaon line.com)에 ‘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난 것이 확실하다’는 기사가 처음 올라왔다. 당시만 해도 ‘오바마는 1961년 8월 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케냐 출신의 흑인 유학생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와 미국 캔자스주 출신의 백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얼마 전 필라델피아 출신의 변호사인 필립 버그가 다시 한 번 오바마의 출생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와이에 보관되어 있는 출생기록부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심지어 미 연방법원에 “오바마는 미국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며 오바마의 출생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 케냐 출생 의혹을 받고 있는 어릴 적 오바마와 그를 안고 있는 캔자스주 출신 백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 | ||
만일 버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바마는 분명히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 최근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72)가 파나마 운하 지역에서 출생했다는 이유로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다. 매케인의 경우 해군장교였던 부친이 주둔하고 있던 파나마 운하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케인 측은 “미 정부의 명령에 따라서 해외에서 군복무를 한 것인데 이게 문제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출생지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이밖에도 오바마 어머니의 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 후보의 부모와 관련된 미국헌법에 따르면 ‘적어도 한쪽 부모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시민이어야 하며, 미국에서 10년 동안 거주했으되 이 중 최소 5년은 16세 이후에 거주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오바마 출생 당시 던햄의 나이는 불과 18세였다. 이렇게 따지자면 던햄은 위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오바마의 출생에 관한 괴담은 몇 가지가 더 있다. 가령 출생기록부에는 그가 ‘흑인’이 아니라 ‘백인’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소문도 그 중 하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유권자들에게는 이만저만한 실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오바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는지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하게도 하와이의 어느 곳에서도 오바마 시니어와 던햄의 결혼증명서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에 대해 데이비드 멘델은 자신의 오바마 전기인 <약속에서 권력으로>에서 “오바마는 외조모로부터 부모가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어디에서도 결혼서류를 찾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고 적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부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결혼식을 올렸는지는 여전히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바마는 결국 사생아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 오바마의 아버지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 | ||
이와 관련해서 오바마 부모가 이혼한 진짜 이유도 사실은 이 때문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혼을 한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대로 흑백 간의 인종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아버지가 어머니와 오바마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뒤늦게 남편이 이중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가 아버지를 떠났다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오바마의 한 친척은 “일부다처제는 아프리카의 고유문화이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는 남자가 동시에 여러 명의 부인을 두는 것이 관습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의 아버지도 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 일부러 속인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의 진짜 이름이 사실은 ‘버락’이 아니라 ‘배리’라는 소문도 대두됐다. 오바마의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을 오바마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짓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리’라고 지었고, 따라서 출생기록부에는 ‘배리 후세인 오바마’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은 어린 시절 오바마가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배리’라고 불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근거가 있는 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오바마 자신이 ‘배리’는 별명이고, ‘버락’이 본명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실제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1980년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버락’이라는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배리’라는 예명을 사용했지만 그후 주위 사람들에게 “버락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의혹들이 의혹이 아닌 사실이라면 비록 사소한 일들이긴 하지만 후보의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자칫 거짓말쟁이로 비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거짓말쟁이라는 꼬리표는 신뢰와 믿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인에게는 분명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오바마가 과연 자진해서 갖가지 의혹들을 불식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