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아소 다로 간사장. | ||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소 간사장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기는 했지만 기쁜 기색을 굳이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아소 간사장이 일본 총리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왔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흥분한 것일까. 벌써 총리라도 된 양 김칫국을 마시는 성급한 아소 간사장의 언동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 때부터 총리직에 노골적인 관심을 보여온 아소 다로 간사장(67)의 꿈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후쿠다 총리가 마치 후계자를 지명하듯 아소 간사장에게 “당신이 나서서 제대로 된 총재선거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아소 간사장을 지원할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런 지원사격에 자신감을 얻은 것인지 아소 간사장은 벌써부터 총리 기분에 젖어있는 듯하다.
그의 김칫국 마시기는 세 번이나 고사한 끝에 간사장 직책을 수락한 지난 8월 1일부터 시작됐다.
취임 직후 아소 간사장은 인도양 자위대의 다국적군 함대 급유지원에 대해 “야당이 한사코 반대한다면 그 외의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월 도야코의 G8 정상회담에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연장해 급유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후쿠다 총리의 체면을 완전히 깎아내린 것이다. 이 발언에 마치무라 관방장관이 “멋대로 그런 말을 하면 곤란하다”고 주의를 주자, 별일 아니라는 듯 알았다며 웃음과 함께 넘어가기도 했다.
얼마 후에는 소비자를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은 오타 세이치 농림수산상을 두둔하고 나서 화제에 올랐다. 오타 농림수산상이 식품안전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소비자들은 성가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아소 간사장이 “‘성가시다’는 것은 규슈 사투리로 소비자들의 눈이 높고 까다롭다는 의미”라고 옹호한 것. 이에 노다 세이코 소비자행정담당상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아소 간사장을 비난했다.
후쿠다 총리가 사퇴를 발표하기 4일 전인 8월 28일엔 한 자민당 국회의원의 후원회에 참석해 예의 아슬아슬한 입담을 뽐냈다.
“자산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가, 유동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가. 이 부분에서 옛날부터 부자인 사람과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의 차이가 드러났다. 나는 옛날부터 부자였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며 갑자기 돈 자랑을 하는가 하면 “이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계에도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고령자들이 잔뜩 있다”며 “이들을 고용해서 납세자로 만들지 않으면 시간이 남아돌아 병원으로 다 몰려올 것”이라는 등 후쿠다 총리의 ‘좀비 내각’과 일본의 고령자들을 싸잡아 비하하기도 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여유롭게 문제적 발언을 내뱉는 모습에는 이미 총리가 된 것 같은 자신만만함이 묻어났다.
아소 간사장은 자신이 자민당의 차기 리더가 될 것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이 없는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9월 22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는 아소 간사장을 비롯해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과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 등 다섯 명이 입후보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소 간사장이 가장 유력한 게 사실이지만 일본의 정치부 기자 중에선 아소의 승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많다. 그가 자민당 내의 대표적인 극우파로 한국에 대한 망언도 서슴지 않는 트러블 메이커이어서 ‘아소 알레르기’에 걸린 거물급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간사장을 비롯하여 아오키 미키오 전 참의원 의원회장, 고가 마코토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 등 결국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제외한 모든 거물급 의원들이 내심 아소 간사장과 엮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 고가 선거대책위원장은 이전부터 주변에 “아소 간사장은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자민당 내의 최대파벌인 ‘세이와카이(淸和會)’의 실세인 나카가와 전 간사장의 경우 자신과 정반대 경제정책을 주장하는 아소 대신 고이케 전 방위상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아소 간사장이 만일 그토록 원하던 총리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버틸지 벌써부터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