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관련법은 MBC 이사의 경우 여야 3명씩 그리고 청와대가 3명을 임명 할 수 있고, KBS 이사 11명의 경우도 정부 여당 몫이 7명 야당 몫이 4명으로 구조적으로 정부여당이 3분의 2를 차지하도록 돼 있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을 공정하게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받기가 어렵게 돼 있다. 노조가 친여 이사진과 사장을 향해서 낙하산 시비를 안 하면 오히려 어용 노조가 될 판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여당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쓰지 않으면 바보 정권이 될 판이다.
특별다수제는 공영방송의 의사결정에서 야당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법안이었다. 그러나 의결정족수를 3분의 2의 찬성으로 한 것은 나쁜 선례가 있다. 무능 국회의 원흉으로 불렸던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그것이다.
그것은 뻔히 알면서도 그 법안을 제출했던 당시의 야당이자 현 집권세력이 지금 와서 특별다수제를 철회하고 현행법으로 회귀할 움직임이다. 두 방송의 노조들이 거기에 가세하고 있다. 새 방송법으로는 야당이 반대하면 정권과 노조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힐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그는 지난 8월 22일 방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영방송사 사장을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소신 없는 사람으로 뽑는 게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특별다수제로는 그런 사람밖에 뽑을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됐다.
문제는 현행 방식으로 경영진이 선임된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조와 공권력을 이용해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현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문건이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시절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낼 때 썼던 방식의 복사판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을 동원했지만, 이 정권은 MBC 김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두 방송사의 노조원들이 대학교수 이사가 봉직하는 대학과 자택으로 찾아가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것도 전에 못 보던 풍경이긴 하다.
현재의 국회의 수준으로 미뤄 공영방송의 특별다수제가 국회선진화법 이상의 난맥을 보일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렇다고 적폐의 악순환이 명약관화한 방법으로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것은 코미디다. 일단 기계적인 중립이라도 제대로 지키도록 경영진을 구성케 하는 것이 공정방송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임종건 언론인 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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