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필자가 이에 대한 소식을 처음 확인한 것은 9월 21일경이었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단둥 지역 내에 있는 34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강제 퇴소조치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이들의 비자 연장을 불허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사건의 요지였다.
지난 8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중국 당국이 북한 근로자 철수를 지시했다는 뉴스가 잇따라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러한 조치 실행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자가 확인한 사례는 북-중 접경도시 단둥의 사례지만 다른 도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선양(瀋陽)과 안산(鞍山), 잉커우(營口)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 8월 대북제재 결의가 공식화된 이후 단둥에서만 북한 노동자 1만여 명의 비자연장을 불허하기로 가닥을 잡아왔다. 물론 이에 대한 조치 이전에 북한 당국과는 상호 간 양해가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10월 20일 중국 단둥의 움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앞서의 소식통에 따르면 단둥 현지에선 지난 9월 3400여 명에 이어 2600여 명에 대한 비자 연장 불허 조치가 추가적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단둥에서는 6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다.
중국 단둥은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14년 말경으로 무려 4만 6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주재해 있었다. 2013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점차 줄긴 했지만, 앞서 9월 조치 이전만 해도 2만 3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수는 약 9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중국 단둥에선 34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퇴소 조치됐다. 사진은 해외 현지 북한 노동자들.
하지만 현재 중국 당국은 갑작스러운 이 조치 탓에 중국 기업 및 공장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중국 기업 측에선 자사 노동력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연장 불허 조치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순차적으로 대체인력을 마련해야 하지만, 워낙 급작스러운 조치였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중국 기업들은 이 조치를 두고 당국에 항의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잇따라 강도 높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러한 민원은 최근 중국 단둥시는 물론 상급 기관인 랴오닝성(遼寧省)에도 진정서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비공식 인력이 존재하는 것도 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상당한 수요가 있기에 가능했다.
필자가 이번 조치 이후 중국 단둥 현지에서 만난 한 어류 가공업자는 “북한 노동자들이 비자 만기를 이유로 갑자기 빠진 상황”이라며 “이러다가는 정말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이 기업은 80% 이상이 북한 노동자들이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자국 기업들의 경영난 처지와 북한 당국의 양해를 위해 ‘꼼수 아닌 꼼수’도 부랴부랴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장기간의 노동비자 허가는 어렵지만 단기 비자를 적극 활용해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 당국의 처지도 어느 정도 배려한다는 의도다.
현재 중국은 ‘친인척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 주민들의 한 달짜리 ‘단기 비자’가 운영 중이다. 이는 제재 사안인 장기 노동비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활용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북한 노동자들은 한 달짜리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노동을 꾀할 수 있다. 특히 단둥은 북한 코앞에 위치한 접경도시이기 때문에 이 같은 ‘꼼수’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꼼수’를 차치하고서라도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보조를 맞췄다는 것은 북한 당국에 있어서 적잖은 타격이다. 최근엔 앞서의 일반 노동자들은 물론 북한의 고급 인력에 대한 제재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당국은 이들에 대한 단기 거주 허가에 있어서도 이전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등 까다롭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곧 북한의 해킹 등 고급인력들의 불법적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 노동자들의 또 다른 터전이었던 러시아 당국 역시 9월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직후 “기존 계약에 따라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계속 일하게 되겠지만, 추가로 새로운 북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견제 조치에 북한 당국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북한 당국의 대응 방식과 반응 여부는 유심히 살펴 볼 부분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