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법인)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제빵기사가 소속된 협력사들이 각각 3분의 1씩 출자해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 합작사를 통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합작사 설립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파리크라상과 협력사들은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각자 의견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중”이라며 “아직 논의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제빵기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칙은 직접고용이지만 법률상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면 고용부가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며 “예외 요건이란 근로자가 합작사를 통한 채용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크라상은 합작사를 통한 제빵기사 고용을 논의 중이지만 제빵기사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상당수 제빵기사들은 합작사 채용을 강하게 반대한다. 전국화학섬유노조 파리바게뜨지회(파리바게뜨 노조·지회장 임종린) 관계자는 “지금까지 협력사만 제빵기사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면 이제는 본사와 협력사, 가맹점주들 모두 업무지시를 내리겠다는 것”이라며 “협력사가 제빵기사들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사실도 고용부가 인정한 마당에 협력사들이 무슨 권한을 갖고 합작사에 참여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전국 5300여 명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중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500여 명으로 모든 제빵기사가 합작사를 통한 채용을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노조 가입자들만이라도 합작사 채용을 거부하면 파리바게뜨는 약 50억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게다가 파리바게뜨 노조에 따르면 노조 가입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리크라상이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면 약 6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665억 원)과 맞먹는 수치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제빵기사들을 본사 정직원으로 채용하면 직원 처우 개선 비용뿐 아니라 고용 및 인사관리 등의 추가 비용도 들어간다”며 “비용부담은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프랜차이즈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제빵기사들이 분주한 손길로 당일 판매할 다양한 빵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협력사에 지급했던 경영지원비 부담이 사라져 파리크라상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9월 25일 원내브리핑에서 “파리크라상이 제빵기사를 모두 직접고용하면 지금까지 매년 협력사에 지급하던 경영지원금 9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며 “협력사가 실질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 이익을 얻던 금액을 파리크라상과 가맹점주가 되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제빵기사가 쉬는 날에는 점포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협력사를 통해 지원기사들을 보내는데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며 “지원금이 비록 협력사에 지급되지만 (협력사가 아닌) 가맹점 지원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영지원비로 나가는 금액이 900억 원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고용부가 정한 직접고용 완료 기한 11월 9일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파리크라상은 아직까지 직접고용은커녕 방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파리크라상이 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요건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연장 요청을 받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파리크라상이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제빵기사들과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다섯 차례나 교섭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모두 거절했다”며 “고용부가 불법파견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이 됐는데 노조와 대화도 없고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정직원 채용해도 처우는 다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전국 10여 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SPC 계열사인 SPC GFS 소속이다. 이전까지 SPC GFS의 직원 640명 중 472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지만 지난 16일 SPC GFS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을 모두 자사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했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이전부터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던 부분”이라며 “정치권에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파리바게뜨 노조에 따르면 SPC GFS는 ‘현장 정규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해 물류센터 직원을 고용했다. SPC GFS는 일반 정규직 직원이 받는 상여금을 현장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 휴가도 차별 대우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리바게뜨 노조 관계자는 “없던 직군을 신설하면서까지 기존 정규직과 차이를 만들어 물류센터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며 “문제가 불거져 하나라도 막고자 면피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채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