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최근 코스트코 관련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 사진은 코스트코 양평점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 이마트는 코스트코 양평점(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동3가 65)·대전점(대전광역시 중구 오류동 116-3)·대구점(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 1817)의 토지와 건물을 코스트코코리아에 매각했다. 보유하고 있던 코스트코 지분 3.3%도 처분했다. 이번 매각으로 이마트는 26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부지 매각은 미래 사업 운영을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1998년 6월 이후 20년 동안 앞의 코스트코 매장이 있는 부지 3곳을 소유해왔다. 이들 매장은 상권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아 내년 5월 임대계약이 만료된 후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 전환될 것이라는 설이 유력했던 터다. 더욱이 대형마트의 출점이 까다로워진 요즘, 기존 매장을 리모델링 후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 확장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곳인 셈이다.
2010년 개점한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매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로 일반 매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트레이더스는 온라인몰과 더불어 이마트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트레이더스 지점은 12개로 업계 1위인 코스트코(13개)와 불과 1개 차이다. 만약 이들 점포와 매장을 트레이더스로 전환한다면 경쟁사 매장 3곳을 모두 자사 매장으로 전환해 업계 1위로 올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 이마트의 부지 매각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뜻이 더 큰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업계 1위 코스트코를 매장 수로 추월하기보다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신성장동력에 더 많은 투자를 하려는 의지라는 것이다.
이마트는 부지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최근 집중투자하고 있는 편의점 ‘이마트24’와 드러그스토어 ‘부츠’, T-커머스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이마트24를 출점하며 향후 3년간 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6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마트24의 정산 방식만 봐도 현금 확보가 절실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마트24는 물건을 들여놓고 추후 정산하는 다른 편의점과 달리 예치금을 넣어놓고 해당 금액 안에서 물건을 발주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또 올해 영국 드러그스토어 브랜드 ‘부츠’를 들여오면서 매장 수를 급격히 늘려오고 있다. 부츠 매장은 지난 5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점을 시작으로 벌써 5개로 늘어났다. 데이터 방송사업에 대한 투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마트는 지분율 47.83%로 상품판매형 데이터 방송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TV쇼핑의 최대주주다.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5월 560㎡(170평) 규모 자체 방송제작 스튜디오를 열며 T-커머스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에는 T-커머스 사업자 최초로 올레tv, 현대HCN 등에서 10번 이내의 황금 채널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채널 확보를 위해 상당한 금액의 송출수수료를 지출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경쟁사 매장을 자사 매장으로 전환하지 않고 모두 매각함으로써 ‘골목상권 침해’라는 눈총을 피할 수도 있다. 지난 7월 이마트는 자사 편의점 브랜드 이름을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꾸면서 ‘편의점을 대형마트화한다’는 이유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16일 ‘2017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마트24를 “이마트와 연계된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라며 골목상권 침해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마트를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코스트코 부지를 트레이더스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창고형 매장은 부실한 일반 점포를 전환하는 형식으로 늘려가도 된다는 해석도 있다. 롯데마트의 창고형 매장 ‘빅마켓’이 한 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빅마켓 5개 점포 중 4곳은 원래 일반 점포였는데 주변 창고형 매장과 가격 경쟁에서 밀려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결정은 코스트코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코스트코는 2014년 부천시 오정물류단지 내 토지를 매입한 뒤 건축심의를 냈으나 아직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코스트코가 부천시를 상대로 낸 오정물류단지 내 건축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 역시 부천시가 승소했다. 부천시는 주변 교통정체에 대한 대안이 미흡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주변 상인들의 반발도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신규 점포를 확장하기 힘든 상황에서 경쟁사의 땅을 빌려 운영하던 알짜배기 매장 3곳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매각 결정을 하자마자 코스트코가 해당 점포 3곳을 일사천리로 현금 매입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